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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TMI]왜 모두 코오롱티슈진이 임상3상을 시작했다 믿었을까

이슬기 기자I 2019.09.20 06:10:00

임상관련 공시는 회사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가능
티슈진, 임상 3상 중지 공시는 안 해

여의도 증권가는 돈 벌기 위한 정보 싸움이 치열한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쪽지와 지라시가 도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인 곳입니다. 너무 정보가 많아서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달갑지 않은 내용까지 알게 되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도 있는데요. TMI일 수도 있지만 돈이 될 수도 있는 정보, [여의도 TMI]로 풀어봅니다.

(표=조지수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코오롱티슈진(950160)(티슈진)이 상장폐지 심사대상에 오르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정보이긴 한데요, 투자자에겐 중요한 정보이자 상당수가 몰랐던 얘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티슈진이 2015년 이후 현재까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3상을 진행한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 2015년 이후 3년간 숨겨진 ‘임상 중지’ 공시…“임상, 의무공시 아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달 말 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인보사’가 FDA 임상 3상이 진행된 적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티슈진이 2015년 5월 FDA의 3상 사전심사절차는 통과했지만(SPA승인 획득) 통과한 바로 그날, FDA가 임상시료 준비 완료 전까지 임상 진행을 금하는 ‘클리니컬 홀드(Clinical hold, 임상 중지)’를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즉, 사전심사만 통과했을 뿐 진짜 임상은 시작도 안 된 겁니다. 그런데 왜 대다수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아니, 거래소조차 왜 뒤늦게 파악한 것일까요?

티슈진 3상 임상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15년 5월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당시 주가급등 조회공시를 요구받자 “비상장 계열사인 티슈진의 인보사가 FDA에서 3상 진입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공시만 보면 마치 티슈진은 FDA 3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티슈진은 임상3상 기대에 상장 후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공시가 나온 3년 뒤, 티슈진이 상장한 뒤 반 년이 지난 2018년 7월. 티슈진은 돌연 ‘투자 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이라는 수상한 공시를 올립니다. ‘2015년 5월 SPA 승인을 획득했지만 임상 시료는 준비단계여서 FDA가 클리니컬 홀드를 지정했고 이번에 클리니컬 홀드가 해제됐다’는 겁니다. 클리니컬 홀드는 임상 시료 준비 완료 전까지 임상 진행을 금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줍니다. 클리니컬 홀드가 해제됐다는 것은 2015년 5월 이후 언제 시점인지 모르겠으나 FDA로부터 ‘임상 중지’ 통보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공시는 코오롱생명과학이든 티슈진이든 하지 않았습니다. 사업보고서, 투자설명서에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라도 임상 3상이 개시됐을까요? 올 5월 FDA는 다시 티슈진에 임상 3상 중지를 통보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 중지 처분이 났던 인보사 성분이 문제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티슈진은 환자 모집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했습니다. 작년 7월 환자 모집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모집 중`이었던 상태였던 것입니다. 티슈진은 기심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 뒤에야 FDA에 임상 개시를 다시 신청합니다.

◇ 거래소도 뒤늦게서야 파악…“회사들, 유리한 것만 공시”

티슈진의 임상 3상과 관련해 투자자가 볼 수 있었던 공시 정보는 ‘임상3상 확정→임상 중지 해제’ 입니다. 중간에 ‘임상 중지’란 연결고리가 하나 부족합니다. 그러나 티슈진이 상장폐지 대상이 안 됐다면 투자자들은 지금까지도 몰랐을지 모릅니다.

신약 개발 회사의 주요 정보인 ‘임상’은 의무 공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조회공시 답변이나 투자 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으로 회사가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 공시하면 됩니다. 아마 코오롱생명과학이든, 티슈진이든 ‘임상 확정’이나 ‘임상 중지 해제’는 중요한데, ‘임상 중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규정이 이렇게 자의적이니 회사는 유리한 정보만 공시하게 된 것입니다.

아쉬움은 또 있습니다. 작년 티슈진이 ‘임상 중지 해제’ 공시를 했을 때 거래소가 회사를 상대로 그동안 ‘임상 중지’ 상태였는데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상폐 대상이 되고 기심위에 올라와서야 알아차렸습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신약 임상 1~3상 과정에서 수시로 임상이 중지됐다가 재개돼 중요 정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중요한 정보가 아닌 걸까요? 최종 상폐 여부를 결정하는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18일 티슈진에 대한 심사를 미뤘습니다. 이달 말 나올 FDA의 임상 3상 개시 결정을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말입니다. 임상 개시는 기업의 상폐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 정보라는 방증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인보사 판권을 샀던 미쓰비시타나베는 티슈진 측이 ‘임상 중지’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수출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소는 티슈진 상폐 여부가 확정되면 2015년 5월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 허위 공시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왜 FDA로부터 임상 중지 통보를 받았는데 그 정보는 쏙 빼고 공시했냐고 말입니다. 티슈진측 관계자는 “2015년 당시엔 티슈진이 생명과학의 종속사도 아닌 계열사에 불과했기 때문에 생명과학도 클리니컬홀드 관련 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었다”며 “티슈진 역시 생명과학이 2015년에 생겼던 문제를 2017년 상장한 뒤 뒤늦게 소급해서 공시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임상 자체가 의무 공시가 아닌데 얼마나 제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투자자들의 피해는 막을 수 없습니다.

티슈진은 2017년 11월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일 현재 INVOSSA™이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고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을 속여가며 끌어모은 자금은 어디로 갔을까요? 상장 후 매출액의 90% 가까이를 유통업을 통해 벌어들이는데 티슈진은 아직도 기대를 모으던 바이오 기업이긴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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