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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 4회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이민주 기자I 2017.01.22 09:47:17
‘돌다리를 두들겨 보면 건널 수가 없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업은 절대로 두들겨 보아야 한다. 확인, 확인 또 확인이 필요한 것이 비즈니스다.

세 번째 중국 출장은 그야말로 의기양양했다. 두차례의 출장으로 이미 중국을 다 아는 사람이 된 듯 했다. 통역을 맡아줄 천재형 조선 동포도 만났다.

“볼펜 한 자루씩만 팔아도 13억 자루!” 전 세계 광고물이라는 광고물은 모두 중국으로 중국으로 몰리고 있었다. 호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돈 자루가 날아 다녔다.

국내 유력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을 하고 있는 친구 소개로 브라질 교포 K씨를 만났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베이징에 오면 투숙하는 특급 호텔에 몇 달씩 투숙하는가 하면 평양도 자주 다니는 그야말로 귀한 손님이란다. 귀공자풍의 외모와 175㎝ 가량의 키, 좀 어눌한 말투하며 한마디로 사람을 끄는 힘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K씨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자주 만나던 호텔 커피숍에서 둘이 앉아 2시간여 ‘밀담’을 나눴다. 나는 밀담을 나누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중국 첫 사업이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멋진 사업!”

K씨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 굴지의 S그룹 L 회장이 북한의 명견 ‘풍산개’를 좋아한다. 이미 용인 에버랜드에서 풍산개 두쌍을 사육하고 있고, 계속 구입하려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풍산개 붐이 일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내가 북한 고위층과 접선해 북한에서 풍산개 100여 마리를 구입, 천진 근처 농가에 숨겨 놓았다. 앞으로도 계속 풍산개를 구입해 큰 사업을 벌일 참이다.”

풍산개는 북한 량강도 풍산이 원산지이며, 북한이 자랑하는 견종이다. 영리하고 날쌔며, 추위에 강한데다 힘이 세다. 풍산개 두 마리면 호랑이도 잡을 수 있다는 용맹스런 개로 알려져 있다.

L 회장이 누군가? 그 분이 이미 구입했고 앞으로도 계속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사업성은 엄청나다. 해볼 만한 사업이다. 확신이 섰다.

확인해보니 실제로 국내 에버랜드에 풍산개 두 쌍이 있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베이징과 천진 사이 농가에 가서 풍산개 100여 마리를 보고 그 중 가장 모양이 좋은 풍산개 한 쌍을 구입했다. 암컷은 새끼를 밴 상태. K씨는 천진항 통관은 신고만 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한 쌍을 구입해 한국에서 좋은 값에 팔고 나면 나머지 풍산개도 내게 팔기로 했다.

나는 K씨를 소개해준 친구 특파원에게 “K가 직접 한국에 가서 직접 판매하지 왜 내게 파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밀린 호텔비를 일부라도 갚아야 그 호텔에 한 달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아 있는 동물 수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신고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검역 절차를 마치는 동안 베란다가 있는 호텔을 물색해 베란다에 풍산개 한 쌍을 숨겨둘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구입 20여일 만에 풍산개 한 쌍이 배편으로 인천항에 도착했다. 좋은 일이 더 있었다. 암컷이 인천항 검역기간 중 새끼 다섯 마리를 낳은 것이다. 와우 이런 횡재가 있나? 지화자!

그러나 사업 결과는 참패였다. 한 달이 지났지만 한 마리도 팔수 없었다. 매매 계약서에 족보, 그것도 3대 족보가 있어야 했다. 게다가 아무리 명견이라 해도 훈련소에서 일정기간 훈련을 받아야 했다. 팔리지는 않고 돈은 계속 들어갔다. 결국 그동안 신세를 진 분들에게 선물하고 말았다. 정원이 있는 사람을 찾느라 선물하기도 힘들었다. 백두(숫컷)야 한라(암컷)야! 억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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