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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이 끌고, 우규민이 밀고…부활한 삼성 투수왕국

이석무 기자I 2021.05.10 15:55:46
삼성라이온즈 돌풍을 이끄는 ‘영건 에이스’ 원태인. 사진=연합뉴스
삼성라이온즈 ‘미스터 제로’ 우규민.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삼성라이온즈 왕조가 부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삼성은 10일 현재 19승 12패 승률 .613로 10개 구단 가운데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2위 LG트윈스(17승 13패)에 1.5경기 차로 앞서고 있다.

시즌 전 삼성이 이처럼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몇몇 전문가가 5강 후보로 점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최근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은 지난해와 전혀 다른 팀이 돼 있었다.

삼성의 고공행진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다. 삼성은 1일 현재 평균자책점 3.65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WHIP(이닝 당 평균 출루허용율)도 1.39로 LG(1.37)에 이어 2위다.

특히 삼성 선발진은 팀 평균자책점 3.29로 웬만한 에이스급 투수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3년차 영건’ 원태인(21)의 성장이 결정적이다. 원태인은 이번 시즌 6차례 선발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 중이다. 다승·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쟁쟁한 외국인 에이스들을 제치고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WHIP 역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0점대(0.95)를 기록 중이다.

원태인은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KBO리그 4월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투표수 32표 가운데 31표를 쓸어담았다.

4월 13일 대구 한화전과 18일 사직 롯데전에선 각각 10탈삼진씩을 기록,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달성했다.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은 삼성 소속선수로는 역대 4번째이자, KIA 양현종 이후 무려 약 7년만에 달성된 진기록이다.

여기에 KBO리그 2년째 접어드는 데이비드 뷰캐넌 역시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5승을 거뒀지만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던 뷰캐넌은 이번 시즌 7차례 선발 등판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 중이다. 삼성이 올 시즌 거둔 19승 가운데 9승을 원태인-뷰캐넌이 합작했다.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벤 라이블리(6경기 0승0패 4.05)를 비롯해 백정현(6경기 2승3패 4.35), 최채흥(1경기 0승0패 5.40) 등 다른 선발투수들이 조금 더 분발한다면 삼성의 선발 마운드는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마운드에선 KBO리그 300세이브를 달성한 마무리 오승환의 활약이 빛난다. 오승환은 이번 시즌 14경기에 나와 벌써 9세이브를 기록했다. 구원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4.38로 다소 높은 것이 흠이지만 적어도 승리를 지키는 본연의 업무는 충실히 해내고 있다.

사실 오승환보다 더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는 셋업맨 우규민이다. 우규민은 이번 시즌 16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1세이브 5홀드를 기록 중이다. 더 놀라운 것은 15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을 단 1점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균자책점이 0이다. 실점은 1점 있지만 비자책이다.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도 얻었다.

평균자책점 6.19로 부진했던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우규민은 “연속 경기 무자책 행진이 언젠가는 깨질 수 있겠지만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 “불펜 투수로서 징검다리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다만 아직은 시즌 초반인 만큼 삼성 철벽 마운드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선발 에이스 원태인은 아직 경험이 적은 투수인 만큼 지금의 페이스가 무더워지는 여름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30대 후반의 우규민과 오승환도 체력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2010년대 초중반 삼성 투수왕국은 몇몇 선수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여러 선수들이 부담을 나눠 짊어졌기 때문에 주축 투수 한두 명이 부진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만큼 삼성도 현재 질주를 이어가기 위해선 더 많은 선수들이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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