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용 없어…중소형 제작사에는 '그림의 떡'

장병호 기자I 2020.09.25 05:49:40

[비대면 유료 공연, 공연계 새 캐시카우 만들려면]③
온라인 공연 '부익부 빈익빈'
촬영~후반 작업까지 5000만원
대부분 중소 규모로 시도 힘들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로 촉발된 공연 온라인화를 바라보는 공연계 입장은 복잡하다. 온라인 공연 시장도 제작사 규모와 장르에 따라 ‘부익부빈익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비대면 유료 공연을 시도하고 있는 곳들은 EMK뮤지컬컴퍼니,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뮤지컬 제작사와 서울예술단,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등 국립 예술단체들이다.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추고 있거나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제작사나 예술단체가 이들처럼 선뜻 비대면 유료 공연에 뛰어들지 못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비용 문제다. 공연 영상의 경우 퀄리티가 중요한데 이는 철저하게 제작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촬영과 편집, 후반작업까지 할 경우 많게는 5000만 원까지 추가 비용이 든다.

캐스팅도 비대면 유료 공연에서 중요한 요소다. 최근 시도 중인 비대면 유료 공연은 인기 뮤지컬 스타 또는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해 대중의 관심이 높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연예인급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뮤지컬이라도 공연 영상을 유료 상영하면 관람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며 “현재 비대면 유료 공연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 어떤 스타가 출연하는지에 따라 수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EMK뮤지컬컴퍼니의 ‘모차르트!’처럼 원 제작사의 허락을 받아 온라인 공연에 나서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라이선스 뮤지컬은 원 제작사와 계약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창작뮤지컬을 중심으로 비대면 유료 공연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창작뮤지컬 제작사들 대부분이 중소 규모라는 점이다. 온라인 공연의 ‘부익부빈익빈’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중소 제작사 관계자는 “창작뮤지컬은 일종의 IP 사업이기 때문에 공연 영상 제작이나 극장 실황 상영 등은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만큼 제작비 부담도 커서 지금 당장은 도전하는 게 쉽지 않다”며 “영상 촬영 등의 지원책이 없다면 온라인 공연 시장에 뛰어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비해 관객층이 넓지 않은 연극·무용·클래식·국악 등 다른 장르 관계자들에게는 온라인 유료 공연이 ‘그림의 떡’이다. 시도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온라인 공연이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올 상반기 온라인 공연으로만 관객과 만난 한 국악 창작자는 “전통공연은 관객과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온라인 공연으로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해도 정책적인 지원이 없다면 시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한 장면(사진=서울예술단).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