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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러 안내서]아기 길고양이 덥썩 '냥줍'했다간 어미와 생이별

양지윤 기자I 2020.05.23 08:29:00

박보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사무장이 알려주는 길고양이 구조 팁

[이데일리] 매년 봄이 되면 길고양이 새끼들이 골목 곳곳에서 보이는 이른바 ‘아깽이 대란’이 벌어집니다. 이 시기가 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길에서 고양이를 줍는 ‘냥줍’을 했다는 후기도 평소보다 많이 보게 되죠. 봄철 아기 고양이들이 쏟아져 나오면 바짝 긴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구조업무를 맡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분들인데요. 박보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사무장이 ‘서울러 안내서’를 통해 무분별한 아기 고양이 구조를 방지하기 위한 팁을 알려드립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어김없이 아기 고양이 구조 요청을 하는 민원이 많아집니다. 특히 4~6월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나는 시기이다 보니 동네 여기저기서 새끼들이 불쌍하다며 구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곤 합니다.

이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구조 업무를 담당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구조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면 “책임감이 없다”, “거긴 뭐하는 곳이냐”, “죽게 내버려두라는 것이냐”면서 다짜고짜 화부터 내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단지 우리 눈에 불쌍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거리에서 마주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요?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구조한 아기 길고양이.(사진=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제공)


아기 고양이는 길에서 살더라도 어미가 확실하게 있답니다. 아기 고양이를 섣불리 만져서도, 자리를 이동 시켜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불쌍하다고 아기 고양이에 내민 손길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레기더미, 천장, 지하실, 보일러실, 창고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아기 고양이는 어미가 유기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어미도 젖을 물리려면 먹이를 먹어야 해요. 그래서 간혹 아기 고양이만 두고 외출하고 다시 돌아와서 젖을 물리기도 해요. 우리가 아기 고양이들을 발견하는 순간, 어미가 없다고 단정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는 거죠. 꼭 구조해야 할 새끼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하루나 이틀 정도 지켜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박보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사무장이 구조된 아기 길고양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며칠이 지나도 방치돼 있다면 아기 고양이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구조 대상은 △눈곱과 콧물이 심한 얼굴 △더딘 움직임(저체온증) △육안으로 봐도 나쁜 털상태 △심하게 마른 몸 △새끼들 무리가 아닌 홀로 남겨져 있을 경우 등이에요.

구조 대상인지 아닌지 헷갈리신다면 각 보호센터로 연락을 해서 문의를 해보세요.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면 직원들이 상태를 보고 구조가 필요한지 여부를 알려줄 거예요.

봄, 여름 길고양이들이 한창 번식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모든 아기 고양이들이 어미 곁에서 건강하게 젖을 먹고 클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 구조돼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아기 길고양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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