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쉐보레는 한국 시장에서 또 위기를 맞고 있다. 판매량을 이끌었던 경차 스파크 판매가 줄면서 후속 모델 개발을 포기하는 등 경차 시장에서 단종설까지 들린다. 한때 현대 쏘나타에게 위협적 존재였던 중형차 말리부는 점점 작아지는 세단 시장에서 겨우 월 판매량 1000대를 넘기고 있다.
쉐보레가 이렇게 큰 위기를 맞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격 정책이다. 4년전 준중형차 크루즈를 출시할 때 경쟁차 아반떼가 아닌 아반떼 스포츠에 맞먹는 가격으로 나와 소비자들에게 질타를 받으며 결국 2년 만에 단종되었다. 중형 SUV 이쿼녹스 역시 200만원 정도 높은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출시해 빈축을 샀다. 여기에 점점 가솔린 SUV를 선호하는 추세에 역행해 디젤 모델만을 들여오는 오류를 범했다.
이처럼 잇단 악수로 고전을 면치 못한 한국GM이 후반기 잇단 신차를 내놓으면서 반전을 꾀한다. 점점 작아지는 세단 시장보다는 SUV 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에 대적할 콜로라도, 대형 SUV 성장에 맞춰 대형 SUV 트래버스와 준중형 SUV 트레일 블레이저, 가장 뜨거운 소형 SUV 트랙스까지 총 4가지 차량을 준비하고 있다. 이 차량들이 쉐보레를 구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당연히 가격이다.
콜로라도의 가장 큰 특징은 정통 픽업에 가솔린 엔진을 들여온다는 것이다. 3.6L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를 이룬다. 2.2L 디젤엔진을 적용한 렉스턴 스포츠의 연비보다는 떨어지겠지만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2kg.m을 자랑하는 성능과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장점, 점점 디젤보다 가솔린을 선호하는 국내 트렌드를 본다면 충분히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가격이다. 여태 쉐보레의 가격정책과는 다르게 기본모델이 3천만원 후반대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300마력이 넘는 미국의 정통 픽업트럭을 3천만원대에 살 수 있는 점은 쌍용에게 큰 악재일 수 있지만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반길 만한 일이다. 착한 가격대가 확실하다.
팰리세이드보다 10~20% 정도 비쌀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입차인데다 과거 쉐보레의 가격 정책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쉐보레가 그간 부진했던 모습과 달리 새로운 가격 정책으로 다양한 차량을 내놓는다면 현대기아에 이은 내수 3위 등극은 시간 문제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성공한 이유는 좋은 상품성을 지니기도 했지만 경쟁차가 없는 게 가장 컸다. 픽업트럭 본고장인 미국에서 생산하고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가솔린엔진을 단 콜로라도의 출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여기에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 내는 가격 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쉐보레 부활은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