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공매도 재개여부보다 중요한 것

권소현 기자I 2020.08.12 04: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D-34’

증권가의 시선이 온통 9월15일로 쏠려 있다. 한시적으로 취했던 공매도 금지가 이날 끝나기 때문이다. 과연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재개할 것인가, 금지 기간을 연장할 것인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 보인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청회를 열어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고 손병두 부위원장 역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며 공매도 재개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공매도 재개 여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오는 13일 ‘공매도의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을 주제로 여는 토론회에 선착순 50명까지만 참석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 개시일인 10일 오전 10시가 되자마자 30초 만에 마감됐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 저리가라다.

개인투자자들은 당연히 공매도 금지가 연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공세에 주가가 떨어질테고 또 다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1439선까지 밀렸다가 2400선까지 반등한 데에는 공매도 금지 효과가 한몫 단단히 했다고 보고 있다. 모처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와 돈을 벌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지 말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공매도 한시적 금지로 인해 6월 초를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약 9% 상승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쪽에선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하지만 순기능을 강조하며 제도 자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막고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려면 공매도가 가능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한동안 외면했던 것은 롱숏 전략(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고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은 공매도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과거 사례를 들어 공매도 재개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달래기도 한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해제됐을 때 외국인은 오히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 절충안도 제시한다. 공매도 전면 폐지는 어려우니 덩치가 크지 않고 거래량이 적어 소량의 공매도만으로 주가가 휘청일 수 있는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대형주에 대해서만 풀자는 식이다.

문제는 공매도가 순기능을 갖고 있냐, 역기능만 있느냐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있어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느냐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비해 빌릴 수 있는 주식이 제한적인데다 수수료도 비싸다. 똑같은 운동장에서 경기를 한다면 불만이 없겠지만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려니 절대적으로 불리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반대를 목청 높여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매도는 하나의 투자기법일 뿐이다. 개인투자자도 특정 주식의 가치가 너무 고평가돼 있고 곧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면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여건상 공매도 전략을 쓰기가 어렵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의 주도권은 개인투자자에게 상당부분 넘어왔다. 공매도 재개든, 부분폐지든 개인도 자유로운 공매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운동장부터 고르게 만드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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