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이인영 통일장관 후보자의 대북 인식 우려된다

논설 위원I 2020.07.24 05:00:00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도 없지만 관련정책 수립과 집행은 주도면밀하게 추진돼야 한다. 통일 못지않게 흠없는 통일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통일정책 집행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다.

이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북미의 시간’을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한반도 상황을 미국과 북한에만 맡기기보다 우리 나름대로 역할을 떠맡겠다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상황 판단과 올바른 인식이 먼저다. 잘못된 남북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거의 없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이 곤경에 처한 현실이 무리한 군사대결 추구, 특히 핵무장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마치 우리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도 괜찮다는 태도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문제 해결을 연계하지 않고 병행함으로써 북한의 협조를 끌어냈다는 그의 주장은 그동안의 진행 상황과도 크게 어긋난다.

그가 의미하는 ‘대담한 변화’나 ‘창의력과 상상력’이 행여 꼼수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비켜가려는 시도라면 위험천만하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어떻게 보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평양의 불편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선 남한이 아닌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느낌마저 준다. 남북관계 진전으로 평양대표부를 설치할 때 부지를 무상 공여받겠다는 배상문제 해결 방안은 뜬구름 잡는 얘기일 뿐이다.

‘혁명의 주체는 수령-당-대중’을 부르짖던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 다른 직책도 아닌 통일부장관 후보자라면 전향 여부를 묻는 건 당연하다. 이 후보자가 돌려댄 ‘사상의 자유’는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얘기다. 이러한 이념 문제에 비하면 가족 관련 특혜의혹은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젊은 시절 급진적 반미 노선을 가진 적 있었다”는 고백에선 솔직함이 느껴진다. 이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명되면 한 분파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통일부 장관임을 명심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