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안 좋은 점포일수록 ''펀 마케팅'' 필수

조선일보 기자I 2009.08.17 10:15:00

''흰자위 상권'' 살리기
점포앞 바비큐 시연 등 특색있는 홍보 해볼 만
주력메뉴 정해 집중해야

[조선일보 제공] "메뉴를 계속 바꿔 가면서 매출 감소를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효과가 없네요. 어떡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158㎡(48평) 규모 한식·고기메뉴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영선(50)씨가 본지 '출동! 창업 전문가' 팀에 SOS를 쳐왔다. 이씨는 지난 8년 동안 돈가스 전문점, 한식전문점, 고기집 등으로 메뉴를 바꿔 가며 근근이 버텨 왔지만, 1년 전부터는 아예 적자로 돌아서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무엇보다 점포 위치가 유동인구 많고 사람 시선 붙잡기 좋은 노른자위 상권이 아니라 중심 상권에서는 벗어나 있는 이른바 '흰자위' 상권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입지가 나쁘면 창업을 포기해야 할까?







도심 외곽에서 창업해 대박을 터뜨린 최낙근 사장(왼쪽)과 강병오(가운데) FC 창업코리아 대표가 불리한 입지조건을 하소연한 이영선씨를 찾아가 바비큐 조리법과 인형 가면을 이용한 마케팅기법 등을 조언해주고 있다. 최 사장은“나쁜 입지 조건에도 궁합이 맞는 창업 아이템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지금껏 점포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요. 업종을 변경해서라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꼭 도와주세요."

본지로 이메일(job@chosun.com )을 보내와 창업 컨설팅을 의뢰한 이씨의 사연을 듣고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와 경기도 안성에서 통돼지바비큐전문점인 '골드통돼지바비큐'를 운영하는 최낙근 사장이 현장에 출동했다. 최 사장은 작년 6월 안성시 외곽에서 바비큐 식당을 열어 월평균 7000만원 매출에 3000만원 순이익의 대박을 터뜨렸다.

최 사장의 성공포인트는 차별화된 메뉴 개발과 독특한 마케팅 전략. 냄새를 없애는 돼지고기 숙성법을 개발했고, 허브를 이용한 특제 바비큐 소스도 만들어 냈다. 또 이런 맛을 알리기 위해 초기에는 차들이 달리는 도로가에서 돼지 탈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기도 했고, 참나무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쇼를 하기도 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가게를 열어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맛과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와 최 사장이 제언하는 좋지 않은 입지조건, 이른바 흰자위 상권에서 성공하는 법은 이랬다.





이씨 점포의 문제점

①상권과 점포 위치 모두 불리=주택가 상권으로 유동인구가 적고 세탁소 등 생활 편의형 업종 외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점포 위치가 대로변이긴 하지만 중심 상권인 사거리에서 벗어나 있고, 옆에 붙은 주차장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

②점포의 얼굴이 될 대표(전문성) 메뉴 부재=주력 메뉴가 없는 점포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도 점포 간판은 유황오리 전문점이지만, 정작 메뉴는 부대찌개·불고기백반·육개장·돼지갈비·유황오리로스·냉면 등이다.

③낙후된 인테리어와 시설=눈길을 끌 만한 아웃테리어(외장)가 없고, 특색없는 간판과 현수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점포 내부에는 기둥이 있어 답답한 데다 방을 여러 개 만들어 더욱 좁은 느낌을 준다.

흰자위 상권 성공전략

①고무신도 짝이 있다=이씨 점포 주변은 인적이 휑한 상권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잠재고객은 존재한다. 50m 정도 떨어진 사거리 중심상권에는 두 개의 갈비집이 잘 되고 있는데, 주요 고객은 관공서 공무원과 은행원 등 직장인, 주택가에서 오는 계모임 주부 등이다. 최 사장은 나만의 메뉴를 개발한 뒤, 바로 이들 갈비집 고객을 공략하자는 의견을 냈다.

②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라= 입지가 좋지 않은 점포일수록 '펀(Fun)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최 사장은 "점포 앞쪽에 원목으로 테라스를 짓고, 통돼지 바비큐 기계를 설치해 직접 조리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 시각적인 홍보 효과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인사하는 '이미지 마케팅'도 추천했다. 인사를 받은 사람이 찾아올 확률은 그만큼 높다.

③아웃테리어로 관심을 끌고, 인테리어로 고객을 편안하게 하라= 이씨의 점포는 가운데 큰 기둥이 있어 들어서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가장자리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방들도 산만해 보인다. 불필요한 방을 없애고 시야를 방해하는 다른 설치물도 없애야 한다. 외진 점포일수록 간판 하나를 달더라도 주변과 차별화한 색상 및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④맞춤형 고객 서비스로 단골고객을 확보하라=흰자위 상권 점포는 단골고객이 많아야 매출 굴곡이 적다. 일단 찾아온 손님에겐 밀착관리가 필수다. 이름·주소·생일 및 기념일·주문 및 방문횟수·선호 메뉴·양념의 농도 등을 기록하는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입력, 맞춤서비스를 실시하면 좋다. 최 사장은 "나는 사업 초기부터 인원과 상관없이 모든 고객을 차량으로 직접 실어 나르는 서비스를 했는데, 한 번 방문한 고객은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⑤환경을 탓하지 말고 자신감을 찾아라=이씨는 고전하는 이유를 환경 탓으로 돌리고 계획성 있는 점포운영 대신 매달 근근이 버티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강 대표는 "소자본창업시장은 진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완전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창업환경은 항상 나쁘기 마련"이라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흰자위 상권

주택가·아파트단지·도심 외곽처럼 유동인구가 적어 장사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을 말한다. 도심이나 사무실 밀집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노른자위 상권'과 대비한 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