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김선영 대표가 말하는 미국임상의 실상②

류성 기자I 2020.09.16 05:00:00

임상시험 성패는 주평가지표 만족여부가 결정
주평가지표 성취못해도 변경해 성공한 사례 많아
임상1상은 소대,2상은 연대,3상은 군단규모 전쟁

[이데일리 류성 기자] “미국에서 임상1상은 소대규모, 2상은 연대급, 3상은 군단급 전쟁을 의미한다.”

김선영 헬릭스미스(084990) 대표는 미국에서의 임상3상은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 즉 주평가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전쟁과 같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임상3상에 대해 “ 첩보와 정보 수집, 정보 분석, 특수 정찰부대, 보병, 포병, 기갑, 포병, 의무병, 병참 등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 종합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김태형 기자


헬릭스미스(084990)는 미국 현지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혁신신약인 당뇨병성 신경증 치료제인 ‘엔젠시스’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이에 대한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은 ‘주평가지표’이다”면서 “거의 모든 임상시험은 위약 대비 약물의 효과가 통계적 유의미성이 있는가로 성패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려면 사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 성공의 기준을 사전에 약정하는데 이것을 임상 프로토콜이라고 부른다. 이 프로토콜에서 핵심 지표가 주평가지표다. 보통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는 것은 이 주평가지표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시험의 결과를 받아들일때 가장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 주평가지표에 대한 해석이라는 게 김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 임상에서 주평가지표를 성취하지 못해도 실패한 임상이라고 속단하지 않는다. 임상을 재설계해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면 한국은 임상3상을 한번 실패하면 실패한 신약으로 낙인을 찍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당뇨병성 신경증 치료제인 ‘프리가발린’에 대한 임상3상을 7차례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5번은 주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화이자는 나머지 2개 성공한 결과를 활용해 결국 상업화를 실현시키기도 했다.

헬릭스미스가 미국에서 임상 3-1상을 진행한 혁신신약 ‘엔젠시스’의 경우 임상환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투여후 통증감소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유일한 주평가지표였다. 이 임상결과 위약 대비 별 차이가 없어 실패한 케이스다. 이에 헬릭스미스는 효과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시점인 6개월(마지막 치료제 투여 후 3개월)로 주평가지표 시점을 바꾸고, 환자의 주관적 통증 측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기법들을 다수 동원하여 임상 3-2를 진행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실제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2~3곳에서 엔젠시스의 임상3상 결과를 보고 라이선스 인(기술수입)하겠다는 의향을 헬릭스미스에 밝혀와 물밑 협상을 진행중이기도 하다”면서 “이는 엔젠시스의 임상3상이 실패가 아니라 ‘미완의 성공’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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