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후회 중이다"…레이 달리오도 간과한 팬데믹

이슬기 기자I 2020.05.08 06:20:00

닛케이 인터뷰서 "스페인독감 간과…후회중" 소회
아직 알 수 없는 팬데믹의 경제효과…"투자엔 유의를"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가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입니다. 그는 1900년도 이후 일어난 금융위기 사이클을 정리한 ‘금융위기 템플릿’이라는 책으로 많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헤지펀드의 대부’입니다. 그런데 수백년 간 일어난 각종 금융위기를 분석한 그 조차도 코로나 팬데믹은 예상을 못했다는 겁니다.

브리지워터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지금으로부터 1800년도까지 일어난 각종 금융위기를 분석해 만든 ‘스트레스테스트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금을 배분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도록 구축돼 있습니다. 달리오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펀드를 운용해 왔는데, 특히 2008년 금융위기에서 톡톡한 성과를 내며 그의 이름을 드높이는 데 기여했죠.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에서는 이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브리지워터의 주력 펀드는 지난 1분기 20% 가량의 손실을 입었으니까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달리오는 인터뷰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 당시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상황과 겹쳐 있었기 때문에 독감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간과했다”며 “스트레스테스트 시스템엔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스트레스시스템에 팬데믹을 포함해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의 과거 분석 사례도 적용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죠.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은 비단 달리오 뿐만이 아닙니다. 애초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상황을 낙관한 까닭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질병으로 경제 타격을 경험한 몇 안되는 나라였기 때문에 질병이 경제에 영향을 꽤 심각하게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초기부터 제기되긴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파괴적인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습니다. 이제까지의 질병들은 국가 간 이동이 통제되고,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의 질병은 아니었으니까요.

날씨가 봄을 뛰어넘어 갑자기 여름에 가까워졌듯, 주식시장은 언제 코로나19가 확산됐냐는 듯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어느덧 거침없이 올라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 1월 11배 수준에서 17배 수준까지 폭등한 상태죠.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한 번 데였던 전문가들은 이전에 비해 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놓는 모습입니다. 달리오가 스트레스테스트에 코로나 사례를 적용시키며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그 어떤 전문가도 아직 코로나로 인한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개인들은 요즘에도 꾸준히 대규모의 주식을 사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투자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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