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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이건알아야해]"주민번호로 TK 입국금지"…여권에도 지역표시가?

양지윤 기자I 2020.02.29 09:06:18

코로나19 국내 확산에…주민번호 '67~81번' 난감
여권번호, 지역표시 없어 TK 판별 불가능
베트남, TK→한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필리핀 "세부 지침 검토 중"
TK 구분없이 항공권 발권 가능…입국거절, 항공권 본인 부담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27일 새벽 2시 비행기로 출발. 저는 포항출신으로 주민번호가 70입니다. 입국심사에서 잡혀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여 주고 어릴 때 그곳에서 태어났지만, 이사 온지 오래됐다. 지금은 부인과 결혼해서 주민등록 주소에 거주하고 있다고 수차례 설명했는데도, 오후 5시 비행기로 돌아가라네요.”

지난 27일 네이버 베트남 여행 정보 커뮤니티 ‘푸꾸옥 고스트’에는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입국 거절을 당해 귀국편을 기다리면서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이 여행자는 베트남 출입국 관리소가 “주민번호로 대구, 경북 출신인지 다 검사하고 있다”면서 주소지가 다르다고 설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행 KE017편 탑승구 앞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탑승 승객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리핀 등 일부 국가 TK 주민번호 ‘67~81번’ 입국금지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베트남 여행 정보 카페에는 주민번호 때문에 입국을 거절당했다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앞서 베트남 정부가 지난 26일 오후 9시를 기해 한국의 대구, 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안에 이곳을 방문 또는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입국제한이 되고 있는 번호는 주민번호 뒷자리 2~3번째 숫자로, 지역표시 번호입니다. 대구·경북 출신이면 67~81번에 해당합니다. 행정당국은 해당 번호 소지자가 꼭 그 지역 출신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출신지와 주민번호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권번호에도 지역표지 번호가 있을까. 서울 관악구 여권발급 부서에 문의한 결과 여권번호에는 주민번호 같은 출신 지역 표시가 없다고 합니다.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주민번호를 별도로 확인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영문 주민등록 제시해도 안 통해” 후기 잇달아

방문 예정자들은 만일에 대비해 거주지가 대구·경북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영문 주민등록 초본을 준비하라는 조언도 많이 보였는데요. 실제 방문객들은 한 목소리로 “통하지 않더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베트남 정부는 지난 28일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놨습니다. 29일 0시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전면 불허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시 중단’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무비자 입국 제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필리핀도 최근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를 선별해 입국을 막는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여행 정보 카페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주 필리핀 대사관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 즉 영문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민청에서 주민번호만 보고 입국을 막고 있다는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필리핀 관광청 관계자는 “27일까지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는 영문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라고 안내를 했고, 아직까지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구·경북 비거주자와 방문자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정부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세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안내판에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의 운항 중단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사진=뉴스1)


◇항공사, TK 상관없이 발권 가능…“입국거절 시 귀국은 본인 부담”

한 여행 카페에서는 “주민번호가 대구 지역이라서 항공사가 티켓 발권을 거절했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는데요. 대형·저비용항공사(LCC)에 모두 문의한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항공권 구매 과정에서 주민번호 수집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게 항공사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한 한공사 관계자는 “승객들이 비자 없이 항공권을 사더라도 항공사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입국은 전적으로 승객 본인에게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해외로 출국했다가 입국금지를 당했을 경우가 가장 큰 문제인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출국을 하기보다 사전에 입국이 가능한지 꼼꼼히 살펴야겠습니다. 입국이 금지될 경우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입국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항공권 여정 변경이나 예약 취소 시 수수료나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방문국가에서 입국을 금지할 경우 승객이 귀국항공편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항공기 탑승 전 발열 체크는 물론 입국 가능 여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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