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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카 찍고 흡연 흉내까지도…`키즈 유튜버`의 일탈

최정훈 기자I 2019.02.20 06:10:00

[초딩 유튜브의 그늘]②키즈 크리에이터 실상은
자극·선정적 콘텐츠 생산하는 키즈 유튜버
범법적인 행동까지도 일삼아
극적 영상 독려하는 부모들도 있어
전문가 “디지털 미디어 교육 의무화 해야”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가 막대사탕을 물고 담배피는 시늉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85만 2390회를 기록했다.(사진=유튜브 갈무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시키면 한다. 오늘은 댓글에 아파트에서 벨을 누른 뒤 사람이 못나오게 막아보라는 요청이 있어 해보겠습니다.”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유튜버 이모군은 한 아파트의 한 가정집 앞으로 가서 자신의 친구와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막는다. 이후 이들은 초인종을 눌러도 사람이 나오지 않자 문을 발로 차고 손으로 수차례 두드리기도 한다. 이군은 이후에 “오늘의 미션 성공”이라며 영상을 마무리한다. 이 영상은 조회수 5만 5000회를 기록했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고 유명세를 얻으면서 유튜버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서 ‘유튜버’는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버는 5위를 차지했다. 관련 조사 실시 이후 유튜버가 순위권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키즈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자신을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는 ‘담배피는 초딩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유튜버는 길거리에서 막대사탕으로 담배 피우는 척을 하다가 길가던 행인이 나무라자 “초등학생이 담배 피우면 안되는 법 있어요?”라며 대들기도 하고 “사실은 막대사탕”이라며 조롱하기도 한다. 자신을 13살이라고 소개한 한 여학생 유튜버는 ‘액괴(액체괴물) 시리즈’라는 영상을 올려 액체괴물을 만지며 노는 영상과 함께 초등학생인 자신이 겪은 성추행·성희롱 사례를 나열한다. 자극적으로 꾸며낸 내용이 대부분이다.

엄마의 모습을 몰래 찍은 영상을 올린 아이들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정모(46·여)씨는 “아이가 나를 몰래 촬영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걸 발견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발견 즉시 삭제하긴 했지만 아이는 무엇이 잘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부모가 자극적인 영상을 찍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영상에 달린 악플을 읽게 하는 건 예사고 건강에 좋지 않은 간식 등을 억지로 먹이는 영상 등도 있다. 지난해에는 구독자수가 845만명에 이르는 유명 키즈 휴튜브 채널 운영자가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해당 채널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도로에서 실제 자동차를 이용해 장난을 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와 학교의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스마트폰을 쓰는 게 자연스러워진 상황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과 영상을 올리는 것의 차이를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영상이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과 민주 시민으로 자라나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해석할 수 잇는 능력) 교과목을 의무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가 댓글에 벨을 누르고 문을 막아보라고 한 것을 실행에 옮긴 영상을 올렸다.(사진=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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