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대놓고 비판한 이동걸‥말실수인가 노림수인가

이승현 기자I 2021.01.14 03:00:00

간담회서 금감원 향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
금감원 "공식입장 없다"…내부에선 '당황' 분위기
은행들은 내심 지지..키코대책위는 "폄하 발언" 비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보상을 요구하는 금융감독원을 강한 어조으로 비판해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수장이 같은 산하기관에 대해 공개적 자리에서 쓴소리를 던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상당히 당황해하는 눈치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금감원, 과거 말고 미래 걱정하라”

이 회장은 12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키코 피해기업 보상 권고를 불수용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불완전 판매는 없었다는 게 산은의 확고한 태도다.

문제는 이 회장의 발언이다. 금감원의 불완전 판매 결정은 논리적 판단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포퓰리즘적 판단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회장은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이 틀렸다고 해석하는 건 위험하다”, 또 “내 손으로 집행하는 정의만이 선이라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데 과거 일로 자꾸 떠들면 언제 새로운 일을 하냐”고도 했다.

키코문제 해결은 윤석헌 금감원장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다. 2018년 5월 취임한 윤 원장은 법적 논란과 금융권 반대 등을 무릅쓰고 키코 사태 전면 재조사를 추진했다. 그 결과 2019년 12월 금감원 분조위는 은행 6곳에 대해 불완전 판매 책임이 있다며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 15~41%를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시중은행은 ‘법적 배상의무가 없는 채무를 이행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 등 논리로 금감원 결정에 반발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미리 준비된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온라인 간담회는 이미 며칠 전부터 출입 기자들에게 사전질문을 받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충분히 고민한 발언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 회장과 윤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키코 문제와 관련해 의견 충돌을 빚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16일 국감에서 불완전 판매 혐의가 없기 때문에 배임 문제와 상관없이 보상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윤 원장은 일주일 후 국감에서 산은이 키코옵션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건 규정위반이며 이는 불완전 판매로 본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을 내심 지지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국책은행장이 했다”고 촌평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가운데 뒷편에 앉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금감원 “입장 없다”…보상 은행 늘어나

금감원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 회장이 본인의 생각을 말한 것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 회장 발언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 말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을 거슬렀다는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항변한다.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은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며 사기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키코상품의 불완전 판매는 일부 인정했다. 금감원은 법원이 인정한 불완전 판매 부분에 대해 금융사 책임을 요구했기 때문에 판결을 부인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불완전 판매 배상문제 역시 10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법적인 이행의무는 없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이 회장의)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발언은 금감원 분조위 위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법정기구인 분조위 위상을 폄하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 발언과 무관하게 키코 보상 권고는 최근 들어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 보상권고에 대해 6개 은행 중 지난해 2월 우리은행만 수용하고, 나머지 5곳은 모두 거부했다. 그러나 키코 자율조정협의체에 참여한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일부 기업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해 말 간담회에서 “두 은행 외 추가로 한 은행도 (수용) 의사를 말했는데 아직 언론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자율조정협의체에 참가한 몇몇 은행이 키코 보상에 긍정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자율협의체에서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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