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해상풍력]'그린뉴딜'로 띄운 장미빛 청사진..기대반 우려반

김영수 기자I 2020.08.10 05:00:00

정부, 해상풍력 신재생에너지 비중 2030년까지 12GW 목표..현재 1% 수준 달성
이해관계자 많은 주민수용성 문제 여전히 난제..정부 각종 개선안 실효성 미지수
글로벌 기업 잠식속 경쟁력 뒤처진 국내 민간 풍력발전사..자국산업 보호책 필요
전문가들 “글로벌 기업 끌어들여 기술이전·국내 공장증설 등 필요...

[이데일리 김영수 문승관 기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그린뉴딜 관련 사업들이 순항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2017년말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3020(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실행계획의 핵심인 해상풍력 확대다. 정부는 당시 해상풍력 비중을 2030년까지 12GW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실제 운전하는 발전용량은 124MW에 그치고 있다. 2년여간 1%를 달성한 셈이다. 지난 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안 해상 풍력 실증단지를 찾아 다시 한번 해상풍력 확대에 힘을 실었지만 갈 길은 멀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7일 전북 부안군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와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민수용성 문제 가장 큰 걸림돌..산업부, 해상풍력 운영가이드 라인 마련

가장 큰 걸림돌은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주민수용성 문제다. 해상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면 반경 500m는 선박 운항 금지구역으로 지정된다. 수산업협동조합 등은 2030년까지 12GW의 해상 풍력 단지가 건설되면 2800㎢ 해역에서 어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보상 대책에도 조업구역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어업인들의 저항이 거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올 1월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고무적이다. 개정안은 5km내 육지가 없는 경우 발전기의 최근접 해안지점을 중심으로 해안선 2km 이내에 속하는 읍ㆍ면ㆍ동으로 주변지역 범위를 확대해 지원금 보상 대상자를 늘렸다. 풍력단지를 조성, 개발하는 업체로선 보상에 따른 분쟁과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조성 단계에서의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지난 4월 제주 도의회 상임위까지 통과했던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의 시범지구 지정건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대정지역을 비롯해 제주에서는 현재 한림(100MW), 월정·행원(125MW), 한동·평대(105MW)에 5000~6000억원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계획중이지만 주민수용성 문제로 수년째 제자리 상태다. 최근 여수 거문도 일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과정에서도 섬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업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라북도 부안에 위치한 국내 최대 서남권 해상 풍력 실증단지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업계는 이같은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1월까지 수협 등 실질적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공주도 해상풍력 민관협의회 운영 가이드라인’과 함께 주민수용성 및 이익공유 가인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풍력추진 지원단이 입지정보도를 기반으로 의견수렴 범위와 주요 이해관계자 설정 등을 지자체에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업자로서도 실제 이해당사자가 아닌 소수 주민의 반대로 추진이 장기간 지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상풍력 사업추진지역으로 선정하면 그 지역에 이익을 공유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수산업법에 의한 개별보상 △발주법에 의한 주변지역 지원 △REC 가중치(지자체주도형, 주민참여형)를 통한 이익공유 등 세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며 궁극적으로는 민관협의회 구성을 위해 ‘정부-지자체-주민-사업자간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주민과의 발전수익 공유모델 확대, 전 주기 환경성 제고 등을 통해 지역주민이 원하고 친환경적인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는 게 MOU체결의 목적이다.

외산 제품 점유율 69% 차지..“정부·민간 ‘원팀’으로 기술격차 좁혀야”

외국계 풍력설치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자국 산업 보호 또는 지원 방안 없이 목표치만 앞세우면 국내 업체들은 외국 기업에 내수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고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현재 풍력발전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격전지 중 하나다. 특히 전세계 해상풍력 설치량 3위(점유율 23.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중국은 지난해 약 2.4GW의 신규 해상풍력을 설치하며 총 6.8GW의 누적 설치량을 기록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약 30GW의 해상풍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목표다.

특히 국내 풍력발전기 설치 비중도 외산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조사별 풍력발전기 설치 현황을 보면 베스타스(35.03%), 유니슨(17%), 지멘스(9.51%), 악시오나(4.33%), 알스톰(3.22%) 등 외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69.09%로 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전세계 풍력발전 시장 1위인 베스타스는 올해에만 북미, 인도, 베트남, 프랑스 등을 포함한 12개 이상의 국가에서 풍력 단지 사업을 신규 수주(이미 수주 완료한 것도 있음)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베스타스)


산업계에서는 발전공기업들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시 국산 부품 사용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 대부분이 발전공기업과 민간업체 등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터빈, 블레이드뿐 아니라 점차 터빈 등으로 확대해 국산 부품을 7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사업주체인 발전공기업들의 추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산 부품 사용을 늘리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지자체나 민간부문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여전히 기술력과 비용 등 효율성이 우수한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해상 풍력발전의 경우 외국 기업들은 1㎿당 비용이 15억~16억원, 국내 기업들은 18억~2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베리타스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이전받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기간에 정부뿐 아니라 한국전력 및 발전공기업 등과 함께 민간사업자(두산중공업 등)이 ‘원팀’이 돼 글로벌 기업과 해상풍력 기술격차를 좁혀야 자국산업을 보호할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 또는 한전이 나서 베리타스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부품을 쓰는 조건으로 기술이전과 국내 공장신설 등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과 같은 민간사업자들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시설운영 및 유지보수(ONM) 노하우를 배우고 기술인력 육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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