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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이슈Law]인천공항 무기계약직, 정규직과 같은 대우?

이정훈 기자I 2020.07.10 05:11:0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방재직, 야생동물통제직 근로자들의 고용형태가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차이에 대한 물음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를 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7월1일 방재직, 야생동물통제직 소방직 야생동물통제직 전환심사채용 공고를 수정하면서 이들의 고용형태를 일반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변경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름만 무기계약직이지 대우 등은 정규직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 둘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정말 정규직과 같다면 이들을 구태여 무기계약직으로 분류할 필요와 이유는 없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인지 아니면 비정규직인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지,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그 해답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노동법에 쓰이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등 노동관계법령 그 어디에도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없다. 노동법에서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등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처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입사한 자를 정규직으로, 처음에는 기간제로 입사했다가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자를 무기계약직으로 부른다. 기간의 정함이 없다는 점에서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이들을 구분하는 이유는 임금, 복리후생 등 처우에 있어서 통상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5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계약직은 겉으로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정규직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준규직, 유사정규직, 중규직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전혀 다른 업무를 한다면 직접적 처우 비교를 하기를 어렵겠지만, 만약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한다면 임금, 수당, 복지 등에 차이를 두는 것이 법상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기간제법을 보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할 뿐, 전환된 이후 임금 등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우리 대법원은 무기계약직에 대해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5다254873 판결). 즉 무기계약직에 대해 특별히 적용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는 한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도 일반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취지다. 이 대법원 사건에서는 회사가 무기계약직에 대해 특별한 근거 없이 일반 취업규칙이 아닌 계약직 운영규정을 적용했는데, 법원은 이를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결국 회사가 사전에 무기계약직에 대한 취업규칙(인사규정, 급여규정 등 포함)을 별도로 마련해두지 않았다면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엔 규정상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정규직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계약직 채용 및 운용규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동종 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있다면 무기계약직과 일부 급여, 복리후생 차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사전에 무기계약직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뒀고 그 규정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우리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에 임금, 복지에 차등을 두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임용 경로에 따른 차이를 차별로 보고 있지 않다. 임용 경로가 다르니 동일한 집단 자체가 아니라는 취지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그러나 이후에 이루어진 일부 하급심 판결을 보면 임용 경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은 일을 한다면 동일한 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이에 차등을 둔다면 차별이라 보고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6. 10. 선고 2014가합3505 판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에 차등은 차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당장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에 비해 낮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 대응 또는 노사합의 결과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같은 급여와 복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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