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징벌적 손배, 기업 위축은 기우일 뿐..10배 부담해야"

김범준 기자I 2018.08.23 06:00:27

[車법에 징벌적 손배 도입]④
올해 제조물책임법·환경보건법 개정…'3배 보상'
"3배는 제제 효과 미약..최소 10배는 돼야"
집단소송·기금활용으로 실효성 더하자는 주장도
"기업 위축은 기우…'파레토 최적'에 가까워질 것"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BMW 서비스센터에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최근 BMW 차량의 연이은 화재 사고를 계기로 당국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폭넓은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징벌적(처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습기살균제 독성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 사건,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수치 및 연비 조작 사태 등을 거치며 기업 과징금 외에 피해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미스터 피자’와 ‘총각네 야채가게’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그해 10월 가맹본부의 보복행위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최대 3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올해 4월과 6월 각각 ‘제조물책임법’과 ‘환경보건법’ 개정으로 도입된 바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생산자 악행 예방효과와 소비자 보호 실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기대한다. 일반적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달리 고액 배상이라는 점에서 형벌적 성격과 병행해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많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류하경 변호사는 “형사 처벌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 측의 고의성을 입증하거나 책임자를 골라내는 것은 대단히 까다롭다”며 “금전적 징벌은 처벌효과와 예방효과가 동시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제받기 쉬워지고 기업들은 책임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과거 기업 성장·보호주의 아래 유보돼 왔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제는 필요할 때라는 판단도 있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산업화 시절에는 국민들이 피해와 손해를 감수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반대”라며 “가습기살균제, 라돈침대, BMW 사태 등 소비자의 신체와 생명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보호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단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대통령 사과 1년 평가 및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징벌적손배제가 사회 전체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도한 징벌적 손배제가 자칫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부주의로 산재가 발생하면 우리 경제가 입는 피해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으면 오히려 기업이 생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고 사회 전체적인 경제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기업이 피해를 막거나 안전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아직도 파레토 최적(Pareto optimum)에 한참 못 미친다”며 “결국 자원배분과 경제 효율성이 개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해야는 신중론도 있다.

장재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대개 영미법(불문법) 계통에서 발달했는데 우리나라는 대륙법(성문법) 체계를 근간으로 하다 보니 우리 법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은 변호사의 성공보수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다”면서도 “변호사 성공보수제는 피해자 구제보다 변호사 배만 불리게 하거나 소송 남발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