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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닙니다, 집입니다.. 관리비는 각오를

조선일보 기자I 2006.03.30 08:23:04

[이것이 부동산테크] 호텔급 부대시설 갖춘 아파트 속속 등장
연회장·헬스클럽·게스트룸 심부름 대행에 룸메이드
MBA과정·영어마을도 조성

[조선일보 제공]


“호텔에 갈 필요 있나요.”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1차’. 이곳엔 호텔에 버금가는 부대시설이 즐비하다. 각 동(棟) 1층 로비는 호텔식 프런트가 마련돼 입주자가 아니면 출입이 통제된다. 단지 안에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와 대규모 헬스클럽도 들어서 싼값에 운동을 즐긴다. 손님이 자고 갈 수 있도록 온돌방과 침대방을 갖춘 게스트룸(guest room), 돌·환갑잔치가 가능한 대형 연회장도 눈에 띈다. 타워팰리스 입주민 박모(49)씨는 “가끔 외부 손님을 초대해 2층 라운지에서 차나 음료를 마시며 비즈니스 상담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호텔급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주상복합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고급 시설이 이젠 일반아파트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주거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편리한 만큼 집값도 비싸다(?)

지난 2001년 입주한 용인시 언남동 ‘동일하이빌’. 당시 일반아파트로는 처음 호텔식 스포츠센터(430여 평)를 단지 안에 설치해 주택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곳엔 수영장, 헬스클럽, 스쿼시장, 골프연습장, 에어로빅장, 사우나 등이 들어 있다. 입주민 홍정자씨는 “한 달 5만원으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시간도 절약하고, 이웃 주민과 사귀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30평형대는 인근 단지보다 평당 100만원쯤 시세가 높다. 600여 평 규모의 스포츠센터를 갖춘 용인시 상현동의 ‘성원상떼빌 수지 3차’도 뛰어난 조망권과 결합해 주변 시세보다 최고 1억원쯤 비싸게 거래된다.

호텔형 아파트는 분양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분양한 ‘캐슬프레지던트’는 24시간 심부름대행, 발레파킹, 세차, 룸메이드 등 호텔형 서비스를 내세워 최고 97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초기에는 1억원대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스카이라운지, 영어마을, 골프장까지…

최근에는 호텔형 아파트의 시설이나 서비스가 더욱 고급화되고 있다. 서울 상봉동에 짓는 주상복합 ‘성원상떼르시엘’은 지상 30층에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와 손님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뮤직룸 등을 선보인다. 가구별 주차공간을 지정해 주고, 우편물을 집안까지 배달하는 VIP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영조주택은 오는 31일 모델하우스를 여는 부산 명지·신호지구 ‘퀸덤’아파트에 국내 처음으로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MBA과정과 미국 법학석사 과정(LLM)도 들여온다. 이 회사 윤호원 회장은 “아파트 1만 가구를 호텔 객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상가도 직접 운영하면서 호텔을 능가하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단지 안에서 완벽한 영어 통용이 가능하도록 미국인 교사도 수백 명이 채용될 예정이다. 동문건설은 18홀 골프장이 딸린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울산에 52만여 평 부지를 확보해 아파트 4000가구와 18홀 골프장, 레저시설을 갖춘 초대형 단지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입주자에게는 회원권이 제공된다.

◆분양가·관리비 부담은 커져

고급 시설을 갖춘 아파트는 시세 형성에서 유리하지만,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시설 고급화를 하다 보니 원가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호텔식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어 분양을 받을 때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 부담도 생각해야 한다. 통상 입주 후 일정 기간까지는 건설업체가 시설 관리를 해준다. 최근엔 외부 전문업체에 관리 대행을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결국 입주자 스스로 돈을 내고 시설물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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