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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줘도 될 보험금 중복보험사끼리 분담…대법 “반환청구 불가”

박정수 기자I 2024.03.10 10:16:26

자동차보험 중복 가입자에게 8000만원 지급
삼성화재, 보험금 선지급 후 현대해상에 분담 요구
보험금 잘못 지급… 현대해상 뒤늦게 반환소송 제기
대법 “중복보험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할 문제”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고객에게 주지 않아도 될 보험금까지 모두 선지급하고 중복 가입 보험사끼리 자체적으로 이를 분담했다면, 추후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고객에게 반환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보험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현대해상과 삼성화재해상보험 자동차보험에 중복으로 가입돼 있었는데, 군인으로 복무하던 2017년 6월 운전병이 운전하는 군용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다 사고가 나 경추 탈구 등 상해를 입었다.

A씨의 부친과 모친은 각각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자동차 종합보험계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자녀까지 무보험차상해를 보장하는 담보 특약에 따라 A씨도 이를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2017년 7월 삼성화재에 보험사고 접수를 했고, 삼성화재는 A씨에게 자신의 부담부분 4000만원과 현대해상 부담부분 4000만원을 합한 보험금 8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삼성화재는 분담 요청을 했고, 현대해상은 양사가 맺은 ‘자동차보험 구상금분쟁 심의에 관한 상호협정’에 따라 삼성화재에 4000만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보험 담보 특약은 ‘손해에 대해 배상의무자가 있는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했는데, A씨의 사고에는 배상의무자가 없었다. A씨는 군인이어서 보훈보상자법에 따라 보상을 받을 뿐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해상은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에 현대해상은 A씨를 상대로 보험금이 잘못 지급됐으므로 4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삼성화재가 직접 보험금을 지급하기는 했으나 현대해상의 업무를 대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현대해상에 부당이득에 대한 청구권이 있다고 판단, A씨가 4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는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해 지급받은 것인 만큼, 현대해상과 A씨 사이 보험금 지급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는 사고 발생 후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삼성화재로부터 8000만원을 지급받았다”며 “그때까지 피고와 원고 사이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금 지급 후 보험사끼리 자체적으로 구상했다. 또 삼성화재가 A씨에게 현대해상의 보험금까지 함께 지급하는 것이라고 고지하거나, 현대해상이 A씨에게 따로 보험금과 관련해 연락한 적도 없다.

대법원은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은 피보험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며 “그 이후 이뤄지는 다른 보험자의 부담부분에 관한 구상은 중복보험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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