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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하면 300만원 손해…'종부세 폭탄'에 증여 느는 이유

황현규 기자I 2020.11.26 05:00:00

잠실5·마래푸 소유자, 5년 간 내는 종부세 3.6억
배우자 증여 시, 세금 감안해도 9000만원 절세
매도 시 양도세 3억원…세금 더 낸다
올해 증여 역대 최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잠실5)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A씨는 아파트 한 채를 가족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만약 두 채를 모두 가지고 있을 시 올해 내야 하는 종부세는 2105만원이다. 내년에는 5400만원 내후년에는 6300만원으로 2~3배 뛴다. 그러나 아파트 한 채를 배우자에게 증여할 시에 A씨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크게 줄어든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든 다주택자들이 절세 방법으로 ‘매매’가 아닌 ‘증여’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매 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 오히려 종부세보다 세금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여를 하면 양도세 부담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보다 종부세가 크게 늘면서 증여 움직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매도하면 ‘양도세’로 오히려 손해…증여 시 9000만원 이득

25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잠실5와 마래푸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A씨가 마래푸를 배우자에게 증여할 시 내년부터 5년 간 2억 9500만원의 종부세를 절감할 수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세 22억원(공시가 16억원)의 잠실5 전용 84㎡ 아파트와 시세17억원(공시가 10억원)의 마래푸를 A씨가 가지고 있을 시, 5년 동안 총 3억6100만원을 종부세로 내야 한다.

그러나 마래푸를 배우자 B씨에게 증여할 시, 부부가 내야하는 종부세는 총 6692만원에 그친다. 1인 당 부과되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담부 증여 시 증여세(양도세 포함) 등의 세금 2억원을 감안해도, A씨에게 증여는 ‘남는 장사’다. 세금보다 종부세 절감액(2억 9408만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금 등의 비용을 계산해도 9408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만약 A씨가 마래푸를 매도할 시 절세효과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매도할 시 세금을 더 내야한다. 절세효과가 전혀 없다는 소리다.

A씨가 마래푸는 매도 할 시 내야하는 양도소득세는 3억 3000만원에 달한다. 매도 이후 5년 간 A씨가 내야하는 종부세 3400만원까지 계산하면 총 6억 6400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A씨가 두 채를 모두 가지고 있을 때 내는 세금(종부세) 3억 6100만원보다 크다. 오히려 팔면 손해라는 소리다. A씨가 매도가 아닌 증여를 선택하는 이유다.

올해 증여, 역대 ‘최다’…양도세 줄여야 매물 나온다

실제 다주택자 세금 중과 등 규제가 강해지면서 주택 증여는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증여 건수는 이미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의 주택 증여 건수는 11만9249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18년 11만1864건이었다. 올해 2개월(11·12월)이 남았지만 이미 역대 연간 최다 증여 건수를 넘어선 셈이다.

지난 10월까지의 증여 주택 중 아파트는 7만 2349건이었다. 2018년에 기록한 연간 기록(6만 5438건)도 이미 넘었다. 서울 아파트 증여는 1만9108건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30%(5726건)의 증여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청구된 이달 말부터 증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라 집주인들이 쉽게 매도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 이와 함께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막상 종부세가 무서워 주택을 내놓으려 하려다가도 종부세보다 큰 양도소득세 때문에 매도를 주춤하는 다주택자들이 많다”며 “심지어 집값이 계속 상승세라 지금 당장 파는 것을 아까워하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이후 11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연일 상승세다. 이에 대해 이 책임연구원은 “양도소득세를 확 줄여 매도할 때의 기회 비용을 절감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데에 부담을 없애줘야 매물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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