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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 하마평' 블랙록 회장…"빚 걱정되지만 경제 회복 중요"

김정남 기자I 2020.11.20 04:46:33

'세계 최대 큰손'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적자 폭증 걱정…지금 그건 큰 문제 아냐"
"경제 계속 성장해야"…부양책 처리 촉구
"재무장관 하마평? 블랙록에 매우 기쁜 일"
"시장은 선동 아닌 이성의 목소리 원한다"
"ESG 투자 중요…자본은 재...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재정적자의 후유증은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꽉 막혀 있는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을 두고 “적자 폭증을 걱정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신경제포럼(NEF)에 참석해서다. 일단 눈앞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최우선이라는 의미다.

차기 재무장관 하마평 도는 핑크 회장

핑크 회장은 1988년 창업 후 32년째 블랙록을 이끌고 있는 월가의 리더다. 행정부 인사들이 월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가장 많이 연락하는 인사 중 한 명이 핑크 회장이다. 블랙록이 굴리는 운용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조4000억달러(약 8266조원)에 달한다.

핑크 회장은 “미국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며 “더 넓고 큰 경제를 갖게 되면 재정적자가 미치는 영향은 작아질 것”이라고 했다. 대선 이후 뒷전으로 밀려버린 코로나19 부양책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다는 점 역시 근거로 들며 적자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핑크 회장의 이같은 조언은 이례적이다. 그는 과거 무한정 돈을 찍어서 써도 문제가 없다는 ‘현대통화이론(MMT)’을 두고 “쓰레기”라고 맹비난했을 정도로 재정적자에 예민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핑크 회장은 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모든 미국 가정에 대한 광대역통신 인프라 지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로저 퍼거슨 교직원퇴직연금기금 회장 등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장관 하마평에 올라 있다. 핑크 회장은 이에 대해 “블랙록에 매우 기쁜 일”이라며 “당분간 (본사가 있는) 뉴욕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핑크 회장은 또 “시장 투자자들은 지정학적인 긴장의 완화를 원한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을 북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선동이 아니라 온건을 찾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이성의 목소리(voice of reason)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그러면서 “시장은 포괄적인 리더, 세계적인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리더를 갖게 되면서 고무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이후 뉴욕 증시는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시장은 선동 아닌 이성의 목소리 원해”

핑크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에 둔 투자의 중요성 역시 역설했다. 핑크 회장은 “주주 이익 극대화에 주력했던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고객, 직원,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 고려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에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투자자들에게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핑크 회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실적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자본의 재분배를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올해 초 핑크 회장은 주요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낸 연례 편지에서 ESG를 강조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대 ‘큰 손’의 투자 기준 변화는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신한금융,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의 지분을 5% 이상 가진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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