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코로나 방패 '마스크와 칸막이'

김형욱 기자I 2020.07.27 05:00:00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전쟁에서 압도적인 병력과 무기가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순신의 명량해전이나 제갈공명의 적벽대전이 좋은 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나면서 이 사태가 금방 끝나기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올해 안에 백신이 개발되면 다행이지만 보급까지 고려하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면 내년 이후다.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1563만 명을 넘고 63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매일 약 20만 명씩 감염되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가을에 2차 유행 가능성도 높다. 우리는 초기방역에 크게 성공했지만 경제활동을 강화한 생활방역으로 넘어가면서 지구전 양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8일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에 따라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만큼 마스크의 위력이 세계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2913만 명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에 참여했는데 단 한 건의 감염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마스크만 제대로 써도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식당, 주점, 카페 등에서 음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경우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방역수칙에 따르면 요식업소에서는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직은 업소에 칸막이를 설치한 곳이 드물다. 그래서 우리 기관에서 칸막이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간단히 실험해봤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식사하며 말을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침방울 등 비말이 칸막이 너머로 넘어가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부에서 사용되는 70cm이하 높이의 칸막이로는 비말이 상당량 넘어가는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높이 90cm의 칸막이는 99.9%이상 비말을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정 칸막이 높이가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아주 작은 비말은 마스크로도 잘 걸러지지 않으며 중력에 의해 낙하하지 않고 10여 분 내외 공기 중에 머문다. 이른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환자와 같이 있으면 감염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환기가 필요하긴 하나, 마스크를 끼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감염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에어로졸 상태에서는 전염력이 약하다는 근거도 있다. 우리 방역당국도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환기방역이 보다 완벽한 대책이긴하나 열회수 환기장치, 환풍구 구조변경 등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다. 당장에는 적절히 환기를 시키고 충분한 높이의 투명 칸막이만 설치해도 비말이 차단되어 안심하고 대면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캐나다처럼 정부에서 칸막이 설치를 의무화하기에 앞서, 이번 실험결과에 착안해 80만 업소에서 자발적으로 칸막이를 설치하길 바란다. 그러면 안전한 이용을 원하는 고객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칸막이 설치 촉진을 위해 적절히 지원할 수도 있다. 공기관이나 기업차원에서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인근 업소에 칸막이 설치를 권장하거나 사회적 협력 차원에서 설치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 기관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한편, 일부 회의장에 설치되어 있는 투명 칸막이는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다면 필요치 않아 보인다.

K방역의 신속한 진단·추적·치료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정부군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삼지창이라면 마스크와 칸막이는 의병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패다. 이 단순한 무기가 전쟁 양상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행주대첩처럼 정부군과 의병이 의기투합해서 싸우면 결국 이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 이번 생활방역이 성공하면 K방역 2.0으로서 세계 코로나19와 경제위기 극복의 선도 모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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