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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 기상예보 기웃거리게 만든 ‘오보 기상청’

논설 위원I 2020.08.13 05:00:00
올해 장마는 한반도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충청과 경기, 전·남북 등 전국 곳곳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지경에 이르면서 기상청에 대한 비난도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다. 장마기간이나 강수량, 태풍의 강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기상청은 당초 7월말쯤 장마가 끝나고 8월 중순에는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예측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고 예보됐으나 전국적으로 지난 기록을 훨씬 넘길 정도로 폭우가 연일 쏟아졌다. 결국 물난리와 산사태가 이어지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진 것이 빗나간 기상예보와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상청에 대해 ‘오보청’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가 하면 멀리 노르웨이나 체코 기상청 예보를 기웃거리는 ‘기상 망명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예보 적중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다.

기상청은 그동안 관련 장비가 부족해 예보에 애로를 겪는다는 하소연을 해 왔고, 이에 따라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돼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상황이다. 내년에도 추가 도입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해 한국형 예보모델의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올해부터 이 모델이 활용되면 예보의 정확성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까지 했던 기상청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상기후에 따른 변수를 모두 짚어내도록 바랄 수는 없다. 아무리 슈퍼컴퓨터를 활용해도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기후를 족집게처럼 예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장비와 인력을 거의 갖춘 단계에서도 이상기후 탓이라고 돌려대는 것은 한가해 보일 뿐 아니라 무책임한 변명으로까지 들린다.

기상정보는 농어업 등 산업활동뿐 아니라 치산·치수 등 국민 생활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역량에 속한다. 그럼에도 장마나 태풍 등 기후 현상 예측이 번번이 빗나간다면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앞으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변덕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기상청은 오보 사태의 원인을 짚어보고 예보 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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