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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軍 자정기능 없다는 어느 군인의 외침

김관용 기자I 2020.06.16 0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금융기관 부회장 아들의 ‘황제 복무’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병사가 재력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간부들에게 빨래 심부름을 부탁하고, 1인실에서 생활하며, 외출증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병사는 자신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된 지난 11일 ‘피부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청원 휴가를 나간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와 함께 13일 또 다른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황제 복무로 문제가 된 부대에 소속된 모 대대장이 간부들의 외모를 부적절하게 평가해 인격모독을 일삼고 부하에게 관사 청소 등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또 병사의 전화 태도를 문제 삼아 휴가 강제복귀를 지시하고, 자신의 진급을 위해 부하의 음주운전 사실을 무마했다고 폭로했다.

‘황제 병사’ 의혹을 제기한 모 부사관은 “재벌 부모가 밤마다 부대에 전화를 하고, 부모의 재력 때문에 온갖 특혜를 손에 쥐어다 주고, 이를 어떠한 간부도 문제 제기하지 않고 청탁에 응하는 그 모습을 부사관 선후배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가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또 대대장의 비위 의혹을 알린 군인도 “우리가 얻은 결론은 더 이상 군이 스스로 비위를 처단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공군이 지난 1월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해당 대대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감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대대장이 내부고발자를 대상으로 호통을 치는 등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소수 인원의 일탈 행위가 우리 군 전체의 기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황제 복무’ 문제는 부대가 특혜를 제공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요구를 거절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다. 지휘관 행실에 문제가 있다면 응당한 처분이 내려져야 하고 제보자 역시 보호돼야 하지만 이를 눈감은 것은 제 식구 감싸기다. 군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오른쪽)이 지난 해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천궁포대를 찾아 작전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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