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욜드'가 몰려온다

최은영 기자I 2020.06.09 05:00: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올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신조어 ‘욜드(Yold)’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용어는 ‘영-올드(young-old)’의 줄임말로 65세에서 75세 사이의 연령층을 일컫는다. ‘젊은 노인’이라는 뜻으로 이전과는 다른 시대상을 반영한 용어다.

소크라테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주어진 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라 하였다. 욜드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젊어서 축적한 개인 자산을 바탕으로 이전 세대보다 오래 건강하고 더욱 풍요로운 경제적 여유를 가진 계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인생의 후반기에 ‘삶의 질’ 향상에 더욱 가치를 두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품질 높은 서비스를 선호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욜드의 탄생 배경에는 초 고령사회 선두국가인 일본의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경제 실험에 있다. 2017년 일본노년학회는 새로운 고령의 기준을 일본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즉 65세에서 74세 사이를 준 고령자, 75세에서 89세 사이를 고령자, 그리고 90세 이상을 초 고령자로 분류하고 있다. 2019년 유엔에서도 비록 표준기준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평생연령기준을 다시 정립한 바 있는데, 18세에서 65세 사이를 청년, 66세에서 79세 사이를 중년, 80세에서 99세 사이를 노년, 100세 이후를 장수 노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어쩌면 조만간 지하철의 경로석은 80세 이상으로 한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운이 없으면 79세에 사망하여 경로석 한 번 앉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억울한 일도 생길 것 같다.

소비경제 측면에서 일본 총무성의 자료를 보면 2015년 전체 가계소비 대비 60세 이상 노년층의 소비는 이미 45%를 넘어서고 있으며 연간 100조 엔 규모의 소비주체로 부상하였고, 매년 1조엔 이상 증가 추세다. 급속히 고령화하는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세계 각국에서 2030년이 되면 10억 명 이상의 거대한 고령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초 고령사회 진입은 2026년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2040년이 되면 독일을 제치고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의 초 고령국가가 될 것이고 이것은 특별한 외부적 요인이 없는 한 고정된 상수이다.

욜드 현상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고령화경제의 선도적 모범국가로 도약하는 기회와 함께 인적, 사회적 자본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경로로 삼으면 어떨까. 일본 사례를 보면 고령화경제는 다양한 산업에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령친화적 플렉스루트 교통 시스템, 장애물 없는 주거환경, 커뮤니티케어형 주택단지 등 도시 인프라의 구조화, 고령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다양한 관광 및 상품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을 결합한 창의적인 케어테크 기술 및 제품,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한 풍부한 시니어 콘텐츠, 독거노인을 위한 보험 및 금융상품, 가사 및 여행을 도와주는 맞춤형 도우미 서비스 산업, 시니어 해외 어학연수 및 평생교육의 확대 등 폭넓은 영역에서 경제 활력의 모멘텀과 함께 새로운 직업과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또한 기술과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와 시민운동의 영역에서도 이들 욜드 세대의 경륜과 철학은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데이터 뉴딜’ 정책의 한 축에 문화와 산업을 아우르는 욜드 경제가 포함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 이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모두 떠넘길 수는 없다. 이는 세대 간 갈등, 또 양극화로 인한 세대내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 해법은 욜드 경제를 통해 청년층에겐 창직, 창업 및 취업의 도전 영역으로, 아울러 중장년층에게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함께 나누는 세대 간 상생의 일자리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길 제안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