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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제품으론 中못 이겨…탄소섬유·센서·로봇장비, 새 엔진 시동 걸 때

김상윤 기자I 2018.12.04 06:55:09

[산업정책 새판짜기]②
글로벌 경쟁력 떨어진 韓제조업
반도체· OLED만 중국과 초격차
3년 후엔 스마트폰 시장도 내줄판
추격자보다 선도자될 분야 발굴
조립완성품보다 중간재가 유리
정부차원 R&D 집중 지원책 필요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김형욱 기자] 미국,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대국 사이에서 굳건히 한국경제를 뒷받침했던 우리 제조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발표하는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 산업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이미 2015년 중국에 밀렸다. 2009~2014년 줄곧 4위를 유지하다가 중국에 밀려 2015년 5위로 하락한 것이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반도체, OLED 빼면 한국 경쟁력 떨어져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제외하면 압도적으로 중국에 비교 우위를 가진 게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수출 8대 주력업종에 대한 경쟁력 현황에 대해 해당 기업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3년 후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철강과 석유제품에서는 경쟁력이 비슷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샌드위치가 신세가 되는 게 아니라 아예 존재감이 상실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미 상당부분 주력산업이 중국에 추격된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가 핵심이다. 우리나라 산업이 추격자 모델(패스트 팔로)에서 선도자 모델(퍼스트 무버)로 변신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선도자 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산업을 선도할 ‘개념설계’ 역량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축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비롯해 한국 경제 전반의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중장기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5년 안에 우리가 경쟁력 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50여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튼튼한 제조업 기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실리콘 웨이퍼, 탄소섬유, 센서, 반도체 제조장비 등은 우리나라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조립·완성품 분야가 일본의 부품·소재·장비를 공급받아 경쟁력을 키웠듯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향후 먹거리도 보장되고 중국과 기술격차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한국형 발전비전과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정부가 2000년대 초반 추진한 ‘일렉트로 0580(E-0580)’사업이 모델이 될 수 있다. 5년 안에(시행 연도 기준 2005년까지) 전자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담은 정책이다. 전자부품 국산화율은 60% 수준 달성에 그치긴 했지만, 국산화에 따른 수입 대체 효과를 비롯해 외산 핵심 부품 수입 단가 인하 효과를 이끌어 냈다. 당시 성과가 2018년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고 우리 제조업의 굳건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소재·부품·장비업체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이나, 투자여력이 제한된 만큼 정부가 이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강력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안현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은 “일본이 우리에게 부품·소재·장비를 팔아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중국을 상대로 이 전략을 취한다면 중국과 격차가 줄어드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면서 “산학연과 출연연이 로봇 등 우리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R&D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차세대 업종 전환 솔루션 필요…원샷법 업그레이드 필요

철강 조선 자동차 등 공급과잉 업종이 차세대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을 경우 향후 업종 전반에 위기가 닥쳤을 때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선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일명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내년 8월 일몰이 예정돼 있다. 절차 간소화나 규제 유예 등 간접적인 지원보다는 예산지원이나 세제 해택 등 사업재편 부담을 완화하는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기활법에 대해 “연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히긴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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