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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치닫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 승자의 '환호'냐 '독배'냐

이진철 기자I 2017.09.20 05:30:00

강남 최고의 요지.. 특화설계·금융지원 등 최고 조건 제시
과도한 출혈경쟁 양상.. 수주 성공해도 수익성 악화 가능성
일반분양가 인상 불가피.. 주변 집값 자극 부작용 우려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경. GS건설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현대건설(000720)GS건설(006360)이 서울 강남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지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한강변 요지에 위치한 저층 노후 아파트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은 공사비만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주비·사업비·중도금대출 등을 모두 합치면 사업비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계는 입지와 단지 규모가 큰 데다 현재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의 시세가 20억~30억원에 육박하는 중대형 면적으로 구성돼 있어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강남권의 랜드마크 주거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권을 서로 차지하려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특화 설계, 금융 지원, 후분양제 등 조합에 제공하는 조건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내세우면서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 초호화판 마감재…일반분양 손실분도 떠앉는 조건 제시

1974년 준공한 반포주공1단지는 5층 짜리 66개동 2090가구로 이뤄져 있다. 재건축이 완료되는 2023년께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5388가구 규모로 변모한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입장에서는 한강변과 강남이라는 천혜의 입지에 자사의 브랜드를 ‘랜드마크’로 심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조합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와 ‘공동사업 시행’ 방식을 택했다. 지난 6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한데 이어 지난달 서초구청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했고 연내 관리처분 총회 개최를 목표로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오는 27일 조합총회를 앞두고 수주 경쟁도 과열로 치닫고 있다. 수주전에 출사표를 던진 양사는 최고급 빌라나 펜트하우스에서나 볼 수 있는 초호화판 명품 브랜드 마감재와 빌트인 가전 제공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남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조합원 무상 제공 경쟁은 수입산 브랜드의 인테리어와 마감재 각축전으로 번졌다. 바닥재는 수입산 원목마루 제공이 기본이고 현관 타일까지 수입산 대리석을 제시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도 역대 아파트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두 건설사 모두 단지내 오페라하우스를 제안했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실내 아이스링크장을, GS건설은 펫호텔과 펫케어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조합원들이 원하면 후분양제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건설사가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한 뒤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고 일반분양 물량을 공급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려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향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이 생기면 자사가 떠안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선분양 방식 일반분양 때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가격 그대로 인수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GS건설은 조합이 부담해야 할 반포주공1단지 내 73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공유지 매입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 7000만원 이사비 제공 논란… 수주전 이후 후유증 우려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로 치닫으면서 현대건설이 무상으로 지급하기로 한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양사 모두 기존 주택 감정가의 60%에 해당하는 이주비용을 무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한 이주비 조건과 별개로 추가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GS건설보다 신용등급이 높아 금융 조달 비용이 낮기 때문에 이사비 무상 지급 혜택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조합 정관의 이주비 지원을 넘는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시공사 선정 관련 조항에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의 과열 경쟁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은 조합원 대상 금품 살포와 무상 이사비 등 강남 재건축 부패 여부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사비 제공 조건이 도정법 위반이 되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에 나섰고 서울시도 사실 관계 조사에 들어갔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치열한 수주전을 지켜보는 건설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출혈 경쟁 끝에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 악화로 ’승자의 독배‘가 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인 인근의 다른 재건축 조합의 눈높이를 높여 건설사에 더많은 혜택 제공 요구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무상 옵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 결국 일반분양 가구의 분양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정부에게 강도 높은 재건축 규제를 내놓게 하는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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