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묻은 저 조형물을 어찌하나[검찰 왜그래]

이배운 기자I 2023.03.11 10:10:10

대검찰청 조형물 '서있는 눈' 작가 JMS 신도 논란
JMS사건 엄정대응 당부한 검찰총장, 작품 철거할까
혈세낭비 논란 불가피…'작가 종교와 분리' 신중론도
법조계 "국민 걱정 헤아려야…총장 현명한 처신 기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 ‘서 있는 눈’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 ‘서 있는 눈’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신도가 만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JMS의 신도 상습 성폭행 혐의가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분노를 금치 못하는 가운데, 문제의 조형물을 철거·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적잖이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기관이 JMS와 수상한 관계를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탓입니다. 앞으로 이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은 두고두고 언급되며 검찰을 괴롭히는 ‘손톱 밑의 가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JMS 정명석 총재 사건 공소를 맡은 대전지검에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라”며 엄정한 형벌 집행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반강제적으로 조형물을 조우해야 하는 이 총장이 작품 철거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혈세로 세운 8미터 높이 청동조형물…‘누가 뽑아가나요’

문제는 이 조형물도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검찰도 무작정 손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작가가 사이비 종교에 연루됐단 이유로 국가재산인 조형물을 이전·철거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높이 8m에 달하는 이 작품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청사관리 담당자는 28년 전 청사 신축 기념으로 세워진 이 작품의 정확한 설치 비용을 즉시 파악하긴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대략적인 추정은 해볼 수 있습니다. 현 서초동 대검청사 공사비는 약 430억원이 투입됐고, 1972년에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은 건축 비용의 1%(4억3000억원)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검청사엔 꽤 다양한 미술품들이 있는데 ‘서 있는 눈’은 그중에서도 2번째로 큽니다. 이들을 모두 고려해보면 작품의 금액은 적어도 60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면 청동인 이 작품은 무게 탓에 옮기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전을 하더라도 과연 받아줄 곳이 있긴 할지 의문입니다. JMS 논란을 떠나서 서리풀 동네의 차가운 기운을 사방으로 뿜어대는 조형물을 누가 가져가려고 하겠습니까. 어찌됐든 작품철거, 이전, 대체품 설치를 추진하면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대검찰청 서초동 시대 28년 함께한 작품…‘작가의 논란은 별개’

한 검찰 관계자는 작가의 종교 논란과 작품의 가치를 분리해서 보고 ‘작품 철거’라는 극약처방은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합니다. ‘서 있는 눈’은 1994년 건축계와 법조계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전국 공모전에서 1위로 당선된 작품입니다. 작품과 직결되지 않은 논란으로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 당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서 있는 눈’은 설치된 이후 28년 동안 별다른 논란이 없었고, 검찰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 조형물은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의 눈을 형상화했고, 눈이 세로로 서 있는 것은 잠들지 않고 항상 깨어서 불의를 감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청동의 검고 매끈한 질감과 묵직한 무게감은 작품 앞에 선 이에게 위압감을 줍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그렇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철거해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실제로 공공미술포털에 따르면 이 작가의 작품은 서울·대구·울산·부천 등 전국 각지의 아파트단지, 상점가 중심부, 기관에 총 26점이 설치돼 있습니다. 포털에 등록되지 않은 작품까지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을 전면 철거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법조계도 검찰이 사안을 신중하게 수습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수사를 잘하고 엄정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뿐”이라며 “조형물 논란에 휘둘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권력기관에 JMS의 입김이 닿은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를 헤아릴 필요는 있다”며 “국민의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주는 검찰총장의 현명한 처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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