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오르는 6억 이하 아파트…“잔금 때 보금자리론 안 되면 어떡하죠”

황현규 기자I 2021.09.21 09:33:51

계약 때와 달리 잔금 시기에 KB시세 6억 넘어
보금자리론 기준 6억원 이하
전세금 반환 대출 막히는 경우도 많아
“보금자리론 기준 완화 필요” 지적도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최근 서울 중랑구 신내9단지 아파트 계약을 마친 A씨는 보금자리론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전용 49㎡을 5억 8500만원에 계약을 체결, 잔금을 11월에 맞추기로 했다. 그러나 A씨가 계약을 했을 당시 KB시세는 5억 6000만원 수준이었는데, 9월 들어 5억 9000만원까지 크게 오르면서 잔금을 치를 때 보금자리론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은 잔금을 치르기 약 2개월 전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만약 6억원이 넘으면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A씨는 “현재 사는 전셋집 일정 등을 고려해 잔금을 11월로 미뤘는데 그 사이에 KB시세가 6억원을 넘을까봐 너무 걱정된다”며 “만약 보금자리론을 받지 못하면 자금 조달 계획이 모두 어긋난다”고 하소연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서울 등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계획과 달리 보금자리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계약 당시 KB시세가 6억원을 넘지 않아 보금자리론이 가능했지만, 대출을 실행할 시기에 KB시세가 6억원을 넘으면서 보금자리론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일각에서는 보금자리론의 시세 기준을 올려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세입자 낀 매물 산 건데…”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B시세가 크게 올라 계획과 달리 보금자리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지원하는 대출 상품이다. 이 정책을 이용하기 위해선 시세(매매가·KB부동산리브온)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이 상품은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이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투기과열지구 기준)보다 대출금도 더 나온다. 매매가의 70%(최대 3억 6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DSR규제도 없어 소득이 낮은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상품이다.

A씨의 사례처럼 잔금 뿐 아니라 전세반환대출이 막힌 사례도 적지 않다. 세입자가 끼어있는 매물을 매수한 뒤 세입자를 내보낼 때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려고 했던 경우인데, 그 사이에 KB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보금자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심지어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입주 가능 매물이 귀해지면서 세입자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계약만료 6개월 전에 등기를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에, 세입자의 계약만료 시점보다 최소 6~7개월 전에 ‘갭’으로 집을 사는 방식이다. 그 이후 세입자를 내보낼 때, 저가아파트의 경우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낮은 금리로 전세금반환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계획과 달리 보금자리론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KB시세가 6개월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르는 경우도 흔하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퍼스트하임 아파트는 올해 초 5억원 초반에 매수했던 B씨 또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지낸 7월 보금자리론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KB시세가 6억원이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입주 가능 매물이 매수 당시에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세입자 낀 아파트를 산 것”이라며 “바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보금자리론을 신청했더니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기 목적도 아니고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한 집의 보금자리론이 안 나온다니 막막하다”며 “금리도 오르고 있어 일반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시세에 뒤 떨어지는 보금자리론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보금자리론의 기준을 올려주는 등의 방안이 나와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6억원 이하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단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의 83.5%가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 기준인 6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집값 상승이 지속됐다고 가정하면 서울에서 보금자리론으로 내 집 마련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보금자리론은 2009년과 비교해 기준이 더 강화된 상황이다. 2009년 5월 보금자리론은 기존 6억원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까지 받을 수 있게 됐지만 2017년 1월 6억원 이하 아파트로 제한이 다시 생겼다. 소득 요건도 1인 가구 기준 7000만원 이하로 제한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금자리론의 산정 기준이 시세 상승폭을 제대로 못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풍선효과로 6억 미만으로 매수가 몰리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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