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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시대 다가오는데...한국 우주탐사 누가 뛰나

강민구 기자I 2020.06.17 05:05:00

항우연 중심 달탐사 궤도선 개발 박차
천문연·한양대 등 美서 호평...스타트업도 등장
우주청·자체 프로그램 개발·탐사 정의 등은 숙제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새로운 우주탐사 시대가 개막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와 만든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곤’을 발사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시켜 민간 우주개발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미국은 오는 2024년 여성과 남성 우주비행사를 1명씩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앞서 2023년 달에 무인탐사를 진행할 민간 업체인 ‘아스트로보틱(astrobotic)’을 선정하면서 민간 중심으로 우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중국국가항천국(CNSA) 등 전 세계 주요 우주국에서도 달·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서는 새로운 우주시대 주역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민간 주도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우주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교, 스타트업에서 우주 탐사 연구가 일부 진행 중이다. 오는 2022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달탐사 궤도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제협력 파트너로 활발히 참여하거나 참여를 모색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진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이미 민간우주시대는 시작됐다”며 “젊은 우주 기업들의 성장과 미래 우주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사업 위주로 구조를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가 필요한 우주개발, 우주탐사 기술 배양을 통해 새로운 탐사를 수행할 큰 틀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달 궤도선 이미지컷.<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중심 산학연 연구 진행...국제협력파트너로 참여하는 곳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국내 우주 탐사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항우연은 오는 2022년 달탐사 궤도선 발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경희대 등이 달탐사 궤도선 탑재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항우연은 이밖에 올해 36억원을 투입해 우주비행기 기초기술과 열보호시스템, 3D 프린팅과 IOT 기술을 활용한 생명유지시스템 연구, 달착륙 핵심기술과 행성탐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독자적인 우주과학 역량을 축적하며 해외 기관의 국제파트너로 참여하는 곳도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NASA 개발 프로젝트에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직접 참여하고 있다. 현재 NASA의 상업용 달 착륙선 사업인 CLPS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해 NASA 승인을 기다리는 한편 이번달부터 초기 개념 연구에도 착수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달 착륙선에 자체 개발한 광학장비를 탑재할 수 있게 된다. 또 NASA와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망원경인 코로나그래프를 개발해 오는 2023년 발사할 예정이며, 적외선 영상·분광기인 ‘스피어X(SPHEREx)’ 개발 프로젝트에도 국제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다.

한양대 국제우주탐사연구원은 달이나 화성 기지 건설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 2017년 NASA 주관 우주건설 대회에서 전 세계 77개팀을 제치고 종합 3위를 차지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달 복제토(화산현무암)을 기반으로 한 3D 프린팅 건축 기술을 확보했다. 달·화성 관련 각종 우주 대회 참여 준비와 함께 미국 우주 기업 아스트로보틱 등으로부터 협력 제안도 받고 있다. 무인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조남석 대표가 이끄는 무인탐사연구소는 달탐사 로버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돼 NASA 외부 사업에 2건 참여했으며, 태양광 무인기도 개발했다. 국제화성탐사모의기지인 미국 MDRS에서 탐사로버 시험도 수행했다.

민간 우주시대 우리는? 우주탐사 정의, 국민·정부 합의도 필요

이처럼 국내에서도 우주 탐사 연구가 수행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거대 우주 미션을 주도할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우주청이 존재하지 않는다. 달탐사를 목표로 달궤도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주탐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별로 인공위성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개발시기, 영역,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우주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국제 파트너로 참여한 한계에서 벗어나 독자 사업 추진을 통해 민간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내는 작업도 요구된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이 구축한 우주 관련 지식을 수입해 온 ‘종속적’ 우주개발을 해 온 셈”이라면서 “우주탐사는 우리 스스로 우주에 대한 문제를 정의하고 지식을 생산해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생산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위원은 “우주탐사와 관련된 지식의 확장에 공헌한 국가가 추후 우주 개발에서 차지할 이권과 영향력이 클 것”이라며 “우주기술 특성상 변화의 흐름에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 우주탐사와 관련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적인 투자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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