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멘트 명가(名家)가 꿈꾸는 미래 [생활속산업이야기]

노희준 기자I 2024.03.16 09:00:00

⑧프랑스 건자재 기업 비카에서 배우는 교훈
시멘트 제조→환경 사업→탄소 사업 전환
CCUS 기술 활용해 탄소 포집해 자원화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페인트, 종이, 시멘트, 가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페인트-종이-시멘트-가구-농업·농기계)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시스템건축공학과 교수] 시멘트, 골재,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글로벌 건설자재 기업인 프랑스의 비카(Vicat)는 인공 시멘트를 발명한 루이 비카(Louis Vicat)의 아들 조셉이 설립한 유서 깊은 시멘트 명가(名家)다.

최근 비카는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단순한 시멘트 제조를 넘어 순환자원(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는 환경사업을 추구하고 있다.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는 시멘트 발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이용해 자원화하는 ‘탄소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런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국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CCUS 기술은 약 60%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다.

특히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약 14만 4,000원) 수준인 유럽에서는 이 기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상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카 역시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여 이 CCUS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시도 중이다.

비카의 목표는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서 얻어지는 산소를 시멘트 공정에 활용하고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는 나오는 수소는 차량 연료 등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CCUS기술을 통해 포집된 탄소를 이용해 메탄, 메탄올, 경유를 생산해 순환사이클을 완성한다는 비전이다.

이 과정은 크게 ① 물의 전기분해, ② 수소 열원, ③ 순산소 연소(Oxy-fuel Combustion), ④ 탄소포집, ⑤ 탄소자원화 등의 핵심기술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림에 나타낸 바와 같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과정은 순산소 연소(Oxy-fuel Combustion)로 유럽에서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연소 방식이다. 이는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하는 연소과정에 질소가 포함돼 있지 않는 순수한 산소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 공급되는 공기에는 질소가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미세먼지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이를 제거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고 있다. 그러나 100% 산소만을 사용하면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전무한 친환경적인 배기가스가 만들어지며 배기가스는 거의 CO2만을 함유하고 있고 연소의 효율이 매우 높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탄소를 자원화 비용은 아직 천연 원료를 사용할 때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향후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곧 경제성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카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후 가까운 시일 내로 실증화할 계획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는 시멘트산업에서 탄소배출 저감에 필요한 핵심지표로 시멘트사용 감축, 열에너지 및 전기에너지 사용 저감, 대체 열원 사용 증대, CCUS기술, 시멘트 생산 공정 개선 등을 꼽고 있다. 이 중에서 장단기적인 중요도를 감안할 때 CCUS와 시멘트 생산 공정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시멘트 생산 공정 개선 과정에 순산소 연소(Oxy-fuel Combustion)와 수소 연료화 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도 미래에 펼쳐지는 시멘트 산업의 변화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비카는 이 과정에서 국내 시멘트업계가 탄소 감축안을 더 정교하게 설정하고 실행하는 데 참고할 좋은 선진 사례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시스템건축공학과 교수 (이미지=김정훈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