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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플랫폼 규제로 中처럼 산업 생태계 망칠건가"

최연두 기자I 2024.03.15 06:30:00

14일 SAPI 주관 세미나…논문 소개
'석학'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발표
"韓, 토종·다국적 기업간 경쟁…유럽과 달라"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정부의 플랫폼 규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앞장서 IT 분야 규제 실패 사례를 만드는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14일 서울대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SAPI)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최연두 기자)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굴드 법학전문대학원 및 마샬 경영대 교수는 14일 서울대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SAPI)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한국은 유럽과 달리 상당히 역동적인 경제구조를 갖췄다”며 “규제가 없다면 혁신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데 일률적으로 유럽 규제를 본떠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콜 교수는 디지털 경쟁 연구실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반독점, 기업법, 지배구조, 규정준수, 데이터 보호, 기업가정신, 혁신, 플랫폼 전략 등을 연구하는 석학이다. 그는 2016년부터 5년 간 가장 많이 인용된 독점금지법 석학 10위 안에 드는 인물로 꼽힌다.

이날 소콜 교수는 본인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 ‘독점 금지 플랫폼 규제와 기업: 중국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당국이 지난 2021년 2월 시행한 ‘플랫폼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 지침’(플랫폼 심사지침)으로 인해 중국 현지 산업이 위축됐다는 연구 결과가 핵심이다.

중국의 플랫폼 심사지침은 플랫폼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표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제정됐다. 이로 인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6개 플랫폼 기업이 규제를 받았다.

논문에 따르면 플랫폼 심사지침 시행 이후 월간 투자 건수를 비롯해 스타트업 사업 방향도 영향을 받았다. 플랫폼 심사지침의 영향을 받은 41개 산업과 영향을 받지 않은 127개 산업을 비교한 결과 월간 투자 건수는 26.73%, 스타트업 신규 분야 진출 건수는 18.72% 감소했다. 지침이 발표되기 1년 전후(2020년 2월~2022년 1월)시기를 조사 기간으로 삼았다.

소콜 교수는 “신규 기업들은 플랫폼 심사지침에 영향을 받은 플랫폼과 유사한 산업으로 진출을 기피하고,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당초 플랫폼 경쟁이 활성화할 거란 중국당국의 예상과 달리 규제가 시장 성장을 저해한 것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전에 규제 대상 기업을 정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뜬 플랫폼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산학계의 반발에도 재추진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소콜 교수는 “한국은 토종 플랫폼과 다국적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환경이라 규제 집행 효과가 유럽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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