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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갈길 먼 장애인 이동권…저상버스 도입도 난항

이소현 기자I 2021.04.24 09:15:00

10대 중 4대 저상버스 도입하겠다던 정부, 예산은 부족
'위안부' 2차 손배소 '각하'…이용수 할머니 "ICJ로 가자"
사이코패스 아니라는 김태현, 여죄 조사 마무리…내주 기소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올해로 장애인의 날은 41회째를 맞았는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인권 현주소는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이데일리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주목해 올해 처음 도입된 마을 저상버스가 유명무실한 점, 정부가 10대 중 4대를 저상버스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공염불에 그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장애인 이동권 개선 △일본군 ‘위안부’ 2차 손해배상 패소 △김태현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등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저상 마을버스가 서울시내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 이상원 기자)
수십억 혈세 들어간 저상 마을버스, 장애인들은 “몰라요”

서울의 마을버스 중 저상버스가 도입된 노선은 단 2곳입니다. 서대문구와 동작구에 각각 6대와 2대 총 8대가 달리고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차체가 낮아 계단 없이도 탈 수 있어 휠체어 장애인은 물론 노약자, 일반인에게도 편리합니다. 그중에서 저상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나 전철이 다니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을 운행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교통약자가 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그러나 이데일리 취재 결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저상 마을버스 사용 사례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마을 저상버스 리프트의 작동 여부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버스도 있었습니다. 도입된 지 불과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관리가 소홀했습니다.

저상 마을버스에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대당 약 3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현재 8대니 약 24억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입했지만, 일반 마을버스와 다를 것 없이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저상버스 도입도 지지부진합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2월 ‘제3차 국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변경안을 통해 전체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비율을 42%로 조정했는데요. 이는 애초 목표치(45%)보다 후퇴한 수치입니다. 목표를 낮췄음에도 목표 달성은 요원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작년 기준 28.8%에 그쳤습니다. 이는 10년 전 내놓은 ‘제1차 국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저상버스 도입률(31.5%) 최종 목표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예산 집행이 문제입니다. 저상버스 도입 취지는 알면서도 돈줄은 죄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토부의 제3차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을 보면 작년 목표 예산은 964억원이었는데 실제 예산은 39% 줄어든 577억원을 집행했습니다. 올해 목표 예산은 1041억원이었지만, 실제 예산은 37% 줄어든 660억원에 그쳤고요.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편성 기준과 지침을 받는데 그 기준에 맞추다 보니 적게 편성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국가면제’가 가른 ‘위안부’ 손배소…2차 재판부 ‘각하’ 결정

우리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 1월 다른 재판부의 판단과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죠. 재판마다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이 원칙인 만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지만, 일본이 범죄를 인정하고 공식 사죄할 의무를 밝히자는 이용수 할머니는 “너무 황당하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최후의 희망을 걸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습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는 결정으로 원고에게는 사실상 패소에 해당합니다.

각하 판결의 근거는 ‘국가면제’였습니다. 국가면제란 국제법상 한 주권 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될 권리를 말합니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에 따른 국가면제 인정은 국제법규에 대해 동일 효력을 부여한 헌법 6조가 정한 국제법 존중주의 구현을 위한 것”이라며 “국내법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국제법 관습을 거부하는 건 헌법이 정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해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선고 직후 항소 방침을 밝혔는데요 항소심 결과도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며 집단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위안부 문제에 이어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후폭풍도 거셌습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34명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항의를 요구하기 위해 단체 삭발식을 단행했습니다. 일본과 대한해협을 두고 맞닿아 있는 부산에서는 시민단체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2일 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홀딩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경찰 “김태현, 사이코패스 아니다…반사회성 일부 특징 확인”

지난달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범인 김태현(25)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증)’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0일 김태현의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에 대해 “반사회성 등 일부 특성이 나타나긴 했으나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릴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부터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 4명을 투입해 김태현을 조사하며 얻은 진술과 그의 범행 방식, 범행 전후 상황 등을 토대로 범죄 심리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무릎을 꿇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경찰은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체크리스트(PCL-R)를 갖고 있는데요. 총 20개 문항으로 이뤄진 이 리스트는 사이코패스의 본성인 죄책감·후회·공감 부족, 냉담함, 충동성, 무책임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됩니다. 문항당 0∼2점으로, 총점은 0∼40점인데 총점이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합니다. 사이코패스로 판단돼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더라도, 심신장애로 감경하지 않는 등 형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로 범행 동기나 재범 가능성을 판단해 유사한 범행을 막고 수사기관 등이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합니다.

김태현은 다음 주 기소될 전망입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는 김태현의 구속기간을 오는 28일까지 한 차례 연장해 조사를 진행, 내주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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