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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때아닌 정치권 색깔논쟁

신민준 기자I 2020.02.14 06:00:00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정치권에서 때아닌 색깔 논쟁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국민당(가칭)과 민중당이다.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주도하는 국민당이 당색을 오렌지색으로 정한데 대해 주황색이 당색인 민중당이 크게 반발했다. 민중당은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서 국민당을 비난했다. 국민당은 미래, 민주 등 정당의 지향점을 나타내는 단어가 특정 정당의 소유물이 아닌 것처럼 당색도 특정 당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정당들이 당색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당색이 이념과 정체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색의 특성상 대중에게 강력한 시각효과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정당들은 당색을 중요하게 여긴다.

당색은 또 쇄신과 변화가 필요할 때 이른바 ‘색깔정치’의 도구로도 활용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고(故) 노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 당시 노란 물결을 일으키면서 성공을 거뒀다.

고(故) 노 전 대통령은 대선 로고송에서 노란손수건과 노란셔츠사나이 등을 활용하면서 대중에게 어필했다. 박 전 대통령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32년간 보수진영에서 사용하던 파란색의 당색을 과감하게 버리고 진보의 상징이었던 빨간색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보수에 거리를 뒀던 중도층까지 끌어안으며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다만 색깔정치의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수많은 정당이 난립하면서 당색의 의미가 기존보다 많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원내·외 정당만 39개에 달한다. 여기에다 창당을 준비하는 창당준비위원회도 26개에 이른다. 당색으로 주로 사용하는 무지개색을 기존 정당이 선점하고 있는 만큼 비슷한 당색을 사용하는 정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 껍데기(당색)보다 알맹이(정책)가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오렌지색과 주황색이 같다, 다르다’는 소모적인 색깔 논쟁보다 국민에게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할까에 대한 정책 논쟁을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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