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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잇단 압수수색에 흔들리는 삼성맨들

양희동 기자I 2018.02.27 06: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얼마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지 벌써 3주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41층 집무실은 여전히 텅 비어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사이 보름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지만, 이 부회장은 개·폐막식은 물론 행사장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약 6조 5000억원을 투입, 경기도 화성에 짓는 ‘EUV(극자외선) EUV 라인’ 기공식에도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 부회장이 구상해온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외국인 CEO(최고경영자) 출신 및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석방 후 첫 이사회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의 경영 시계는 이 부회장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멈춰 있다. 애초 재계는 이 부회장의 석방과 함께 삼성이 1년 가까운 ‘총수 부재’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다시 ‘스피드경영’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풀려난 지 불과 사흘 뒤 삼성의 다스(DAS) 소송비 대납 의혹이 불거지며, ‘삼성의 심장’이라 불리는 서초사옥은 검찰로부터 나흘에 걸쳐 압수수색을 당했다. 또 평창올림픽 폐막식 바로 다음날인 26일,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불법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기존 다스 소송비 외에 별도의 자금을 이상주 전무가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의심하며 삼성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은 스피드 경영을 통한 빠른 의사 결정과 사업 추진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 특유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기업 전반에 ‘신중’ 기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적폐청산을 위한 검찰의 수사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수사가 환부(患部)만을 정확히 도려내지 않고 경영 전반을 위축시키고 직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또한 구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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