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산층에겐 뉴스테이보다 더 필요한 1%모기지

양희동 기자I 2015.06.19 06: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비 오는 것(부동산시장 침체)을 대비해 우산(1%대 모기지)을 마련했는데 비가 안 오니 우산을 쓸 필요가 없다”. 얼마 전 정부가 수익공유형 모기지(은행 주택담보대출)시범사업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 말이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고소득 유주택자도 받을 수 있는 연 1%대 초저리 주택 대출 상품을 상반기 중 내놓기로 했었다.

이 상품 출시 소식에 가장 뜨겁게 반응한 계층은 맞벌이 부부 등 30~40대 젊은 중산층이었다. 기존에 주택기금을 활용한 1%대 초저리 수익·손익형 모기지 상품이 있었지만,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로 대상을 제한해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9억원·전용면적 102㎡ 이하’ 아파트를 1%대 초저리로 살 수 있는 이 상품은 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기자 역시 지인들에게서 이 상품에 대한 문의를 수없이 받았다.

수익공유형 모기지의 가장 큰 특징은 7년 후에 집값 상승분을 은행과 나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상품은 아파트값이 올라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다락같이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을 피해 최소 7년간 내 집에서 살고 싶은 중산층 실수요자에게 알맞는 상품이었다. 금리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현재 연 2.22%)보다 항상 1%포인트 낮게 책정돼 향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시중 대출보다는 이자가 싸다. 저금리라는 지금도 수익공유형 모기지 금리(1.22%)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2.9%)의 절반도 안된다. 1억원을 빌리면 한달 이자가 각각 10만원과 24만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세와 매매의 중간 형태로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신상품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상품을 시장 침체를 막아줄 단기 부양책 정도로 인식한 것 같다. 전세난을 벗어날 대안으로 보고 희망을 가졌던 중산층들은 결국 헛물만 켠 꼴이 됐다. 정부는 한달 임대료가 100만원에 달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진정 중산층이 원하는 정책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길 바란다. 매달 봉급받아 생활하는 중산층도 저렴하게 내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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