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수입 느는데…정태영의 질문 “품귀현상은 왜?”

김영환 기자I 2022.08.17 06:30:00

코로나에 홈술·혼술 늘어…위스키, MZ세대 취향저격
위스키 수입량은 늘고 있으나 수요 많아 공급 안정 안돼
3년 숙성이 기본…공급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없어
국내 위스키 산업 걸음마 단계…품귀 이어질 듯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최근 퇴직한 30대 조모씨는 위스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진열장 뿐 아니라 책장 사이사이마다 위스키를 쟁여놨을 정도다. 조 씨와 부인 유모씨는 집에 홈바를 마련하고 이따금 지인을 초대해 위스키를 대접한다. 조 씨는 “회사원 시절 소주를 부어라마셔라 하기 싫어서 위스키를 접하게 됐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보니 위스키가 취향에 맞았다”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왼쪽)과 페이스북 게재 사진(사진=이데일리DB·정 부회장 페이스북 캡처)
확고한 취향의 2030세대가 위스키 소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회식 때 소맥을 말아 술잔을 돌리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이들은 집에서(홈술), 혼자(혼술) 술을 즐기는 게 미덕인 세대다. `취하는 술`이 아닌 `즐기는 술`로, 개성이 강한 위스키가 새롭게 대두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있어 음주는 `취향`이다. 위스키는 생산지에 따라, 재료와 블렌딩, 숙성 기간에 따라, 도수·캐스크·빈티지에 따라 수많은 종류로 구분돼 본인의 취향을 찾는 데 적절하다. 2018년 영화 `소공녀`는 주인공 미소(이솜)가 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도 1만~2만원 가량의 위스키 잔술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려 젊은 세대의 위스키 문화를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상반기 위스키 수입량 2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은 위스키에서도 연출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언제부턴가 위스키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요즘은 어느 바를 가거나 좋아하는 위스키가 없어서 아무 위스키에나 미원을 섞어 마시는 생계형 음주만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진=독자 제공)
실제 위스키 매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9년 매출이 1.3% 감소했던 위스키는 2020년에 2019년 대비 45% 신장했고, 지난해 전년 대비 65.8%까지 증가했다. 올초 주류 매출 중 양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주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3월23일까지 이마트의 주류 매출에서 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소주 15.8%를 앞섰다.

위스키가 각광을 받으면서 수입량도 증가 추세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682만9177리터(ℓ)가 수입된 위스키는 올해 같은 기간 1118만9008ℓ가 수입되면서 2배 가량 폭증했다. 수입금액도 7638만8000달러(1001억원)에서 1억2364만6000달러(1620억원)로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 와인 수입량이 주춤한 반면, 위스키의 수입량은 늘어 대비를 이뤘다.

(자료=한국주류수입협회)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짐에 따라 여러 종류의 위스키가 동시에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졌는데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던 버번 위스키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다양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일례로 올해 6월 한국 시장에 출시한 `와일드 터키 프라이빗 배럴`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완판됐다.

韓, 2020년에야 위스키 첫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랐고, 이에 따라 수입량을 늘리는데도 품귀 현상이 잦아들지 않는 건 위스키를 만드는 공정에서 비롯된다. 위스키는 `숙성`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위스키로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는 3년 이상 숙성을 거친 술만 위스키로 인정한다고 법으로 못 박았다. 프리미엄급인 제품은 최소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인기가 높고 가격이 뛰더라도 생산량을 갑자기 늘릴 수가 없는 구조다.

다른 이유로는 한국이 위스키 후발국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곳은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와 쓰리 소사이어티스, 두 곳이 전부다. 나란히 2020년에 개업해 쓰리 소사이어티스가 지난해 9월,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가 지난 4월에 각각 첫 번째 위스키를 내놨다. 이마저도 쓰리 소사이어티스가 1506병(국내 600병 유통), 김창수 위스키가 336병 한정으로 출시돼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진=김창수위스키 증류소)
이웃 나라 일본의 위스키 역사가 100년에 이르는 점을 떠올리면 한국은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과거 스카치위스키나 아이리시 위스키에 못지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일본 위스키도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산 위스키의 독특한 풍미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인정을 받은 데다 중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누리면서 역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물량 부족이 쉽사리 극복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창수 위스키의 출고가가 23만원이었는데 리셀가가 200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만큼 위스키 인기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의 한국주류수입협회 홍보고문(시그니처 대표)은 “위스키는 긴 세월 인건비, 관리비 등이 많이 투자되는 품목”이라며 “특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천사의 몫`(Angel’s Share·위스키 원액이 오크통에서 매년 2%가량 자연 증발하는 현상)이 심화하는, 기후적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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