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든다더니…유흥비·외제차 수리비로 샌 혈세

최훈길 기자I 2020.08.18 05:00:00

통합당·국회예정처 결산 보고서 분석
유흥업소, 사치품·외제차 구입에 펑펑
연예인 팬미팅 지원, 당직비로 쓰기도
“8월 결산국회서 눈먼 돈 대책 세워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정·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한광범 기자] 문재인정부 일자리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 청년 지원금이 유흥업소 술값으로 쓰이고 경로당 안마서비스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으로 둔갑했다. 고용·경기부진이 심각하다며 조달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연예인 팬미팅에 쓰이기도 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최악 고용대란을 타개하기 위해 수십조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묻지마’지원으로 인한 재정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이데일리가 미래통합당 및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년 결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일자리 예산이 곳곳에서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농부에게 1인당 최대 3600만원을 지급하는 농식품부의 청년농업인영농정착지원 사업(추경 기준 예산 214억원)은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지원금이 유흥업소 술값을 지불하거나 사치품·외제차를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고용부의 신중년 사회공헌활동지원 및 경력형 일자리 사업(259억원)은 경로당 안마서비스 등 단기 일자리 지원금으로 쓰였다. 행정안전부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서 단순 일자리를 대폭 줄이라는 예정처 권고를 받고도 수년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심의를 회피해 꼼수로 예산을 다른 곳에 쓰는 일도 잇따랐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센터 의사·간호사를 충원하겠다고 예산(532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 미달되자 당직비·운영비 등으로 예산을 사용했다. 교육부도 해고강사를 지원하겠다며 시간강사연구지원 예산(1879억원)을 받아 놓고 신청자가 미달되자 재직강사 지원비로 썼다.

본예산으론 부족하다며 추경을 편성해 엉뚱한 곳에 쓰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관광 콘텐츠 활성화 사업(15억원)을 추진한다면서 연예인 팬미팅 등에 예산을 사용했다. 시급한 추경이라더니 기상청은 위험기상 현장에 사용하는 드론 9대 도입비(5억원)를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과기부, 산업부, 환경부 등은 일부 사업의 추경 집행률이 제로(0%)에 그치거나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8월 결산 국회에서 국민의 혈세가 눈먼 돈으로 쓰이지 않도록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 고용 부진에 따른 확장적 재정이 예상된다”며 “무작정 예산 집행을 늘릴 게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이나 집행 점검을 강화해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국회예산정책처가 8월 결산 국회 앞두고 ‘2019 회계연도 결산 문제사업’으로 지적한 내용.[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올해 7월 실업자가 113만8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7월 실업률이 4.0%로 7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난달 취업자가 작년 7월보다 27만7000명 감소했다. 전년동월대비. 단위=만명.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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