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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걸리던 진단키트 일주일만에'…규제샌드박스, 혁신성장 견인차

이진철 기자I 2020.05.13 05:48:08

작년 1월 규제샌드박스 도입, 239건 규제특례 승인
신제품·신서비스 시장진출 지원, 2500억원 신규 투자
정부, 코로나19 진단키트 승인 등 적극행정 우수사례 확산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대한상공회의소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 기업대표 등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 대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진단키트는 사용허가를 받기 위해 80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부는 지난 1월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8일 뒤인 1월28일 긴급사용승인제도 관련 공문을 진단장비 전문업체에 보냈다. 이후 정부는 진단시약을 개발한 업체들에게 일주일만에 진단키트 생산을 승인했다.

12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정보통신기술(ICT)·산업융합·혁신금융·규제자유특구 등 4개 분야의 총 239건(2019년 195건, 2020년 44건)의 규제 특례를 승인했다. 이를 통해 그간 경직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신제품과 신서비스들의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 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빠른 심사가 가능한 우리만의 독특한 모델을 정립해 승인 기업들은 25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20여개 기업은 이미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임시허가·실증특례 2+2년 너무 길어”… 법령정비 속도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신기술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동안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실증을 거쳐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신청기업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 모두가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형태다. 보통 ‘2+2년’으로 임시허가·실증특례 기한을 둔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면 4년을 모두 거쳐 실증까지 마무리해야 규제 개선이 가능하다. 정부는 안전성이 검증된 과제를 선별해 만료 기한 전이라도 법령을 정비키로 했다.

실제로 가상현실(VR) 체험트럭은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안전성 검사기준을 마련 중이다. 인공지능(AI) 활용 특허가치 자동평가를 위해서는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모바일 전자고지, 대출비교 플랫폼 서비스,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 64개 과제가 개정안 마련 등 규제개선을 준비 중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의 대부분(81.4%)을 차지하는 실증특례 과제의 검증 실적이 늘어나고 있어 연말에는 더 많은 규제개선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입증책임 2400여개 법률·시행령·시행규칙 전면 확대

정부 입증책임제는 갑(甲)과 을(乙)을 바꾼 새로운 틀이다. 민간이 규제개선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 공직자가 규제존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입증이 어려운 경우 규제를 개선한다.

지난 1년간 규제혁신의 새로운 거버넌스로서 규제 입증책임제를 전면 확대해 △건설업 일시적인 등록기준 미달 허용 확대 △폐기물부담금 면제대상 확대 △장애인 등 공공요금 감면신청 편의 제고 △연체 30일 이하 채무자 대상 조정제도 마련 등 총 2000여건의 규제를 개선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입증책임제 대상을 경제활동과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법률과 시행령으로 확대하고, 지자체에도 확산해 규제혁신의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우선 입증책임 전환 대상을 규제를 포함하는 2400여 개의 법률·시행령·시행규칙으로 전면 확대한다. 실제로 공유경제가 확산하는 상황을 반영해 1개 미용실 내에서 2명 이상의 미용사가 영업공간의 분리 없이 설비를 공동 사용해 영업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오는 6월 개정하기로 했다. 관광호텔 등 숙박업 대상 청소년 고용금지 규정으로 인해 관광호텔에서 고교생 현장실습이 불가해 청소년 취업을 가로막는 규제도 6월 개선된다.

◇ 적극행정 공무원 인센티브, 소극행정 징계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신속한 진단키트 승인과 승차진료(Drive-Thru) 등은 적극행정의 우수사례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적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면책을 더욱 강화하고 특별승진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의 ‘2020 적극행정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작년에 새롭게 구축된 적극행정 대표사이트 ‘적극행정 울림’과 국민신문고, 소극행정신고센터 등 유관 사이트 간 연계도 강화한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등과 연계해 국민들이 쉽게 적극행정을 이해하고 우수공무원 추천, 소극행정신고 등 적극행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을 확대할 방침이다.

적극행정을 통한 기업애로 해소를 위해 경제5단체와 협업해 적극행정 소통센터를 전국 116곳에 설치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어디서든 애로를 접수하고 적극행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과제로 규제혁신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겠다”면서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인프라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이슈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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