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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주가를 결정지을 세가지 요인

권소현 기자I 2020.04.10 05: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코로나19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가 간,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의 진원지인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 전망치가 계속 낮아져 결국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로 20% 넘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
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최악의 경우 미국 실업률이 20% 가까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 때의 두 배다. 이런 전망이 다수를 이루다 보니 주식시장이 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 정부들이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놓았다.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직접 자금 지원까지 내용이 다양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주가 하락으로 시장에 퍼져 있었던 ‘슈퍼맨 신드롬’도 사라졌다. 연초만 해도 시장은 금리 인하 만능론에 젖어 있었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주가가 떨어져도 금리만 인하하면 상황이 정상화 될 거란 믿음이었다.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건데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대책을 동원해 경기 둔화와 주가 하락을 막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없이 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힘을 쓰지 못하면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약해졌다.

금융위기 때 1년 5개월에 걸쳐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1576에서 666까지 57.7% 떨어졌다. 하락은 몇 번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1차는 5개월간 1576에서 1256까지 20% 떨어졌다. 대형 투자기관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부실화 돼 다른 기업에 인수된 게 원인이었다. 이후 잠시 반등했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에 3주간 33.1%가 떨어지는 본격 하락이 나왔다. 그리고 2009년 3월에 마지막 하락이 진행된 후 장기 상승에 들어간다. 이번에 미국 주식시장이 3주에 걸쳐 32.8% 떨어졌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1차 하락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앞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셋이다.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19 확산 정도다. 이미 전 세계로 확산된 상태이지만 선진국의 확진자 숫자가 변곡점에 도달할 경우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주식시장이 질병의 확산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움직인 만큼 확진자 숫자가 증가해도 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환자 발생 숫자가 줄어들 경우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움직인 만큼 호재가 악재보다 더 힘이 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경기 둔화 정도다. 미국의 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20%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경제가 어지간히 나빠지지 않는 한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전망과 실제 수치의 영향은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수치는 단순히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둔화 기간이 얼마나 될지를 나타내는 만큼 수치가 너무 나쁘면 시장에서는 이를 장기간 경기 둔화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경기 부양대책의 효과다. 대책이 발표되는 시점에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영향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상황이 안정되거나 주가가 상승으로 돌아서면 그 동안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까지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경기 대책은 지난 금융위기에 비해 규모가 밀리지 않는다. 시장이 호재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부양책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1차 바닥 이후 반등했다. 아직 시장이 불안정해 반등도 빨리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주가 행보는 경제 변수와 기업실적 전망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 번 더 하락하더라도 바닥이 3월 저점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경기 둔화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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