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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미국 경제, '기는' 한국 경제

김정남 기자I 2018.05.19 08:00:00

美 국채 10년금리, 어느덧 3%대 안착
올 들어 70bp 급등세…韓 30bp↑ 그쳐
韓·美 국채 10년금리, 넉달째 역전현상
엇갈린 장기시장금리가 상징하는 것은
韓 비해 美 경기 회복 뚜렷하다는 의미
"美 이끌려 금리 인상 나설 수도" 우려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18일(한국시간)을 전후한 한·미 장기시장금리 추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 폭이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보다 더 가파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미 장기시장금리는 올해 2월을 기점으로 역전됐는데, 이는 곧 미국 경기의 호황이 한국보다 더 뚜렷하다는 의미다. 출처=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뛰는’ 미국 경제와 ‘기는’ 한국 경제. 미국이 호황을 구가하는 와중에 국내에서 때아닌 경기 논쟁이 벌어져 관심이 모아진다.

그 방증은 장기시장금리다. 장기시장금리는 한 나라의 경기와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데,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어느덧 3.1%를 넘어섰다. 예상 밖 급등세다. 반면 국내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에 이끌려’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장기시장금리, 넉달째 역전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1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2.765%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인 장기시장금리인 10년물 금리는 이번달 15일(2.814%)을 단기 고점으로 계속 내리고 있다.

만기가 긴 장기국채의 금리는 경기와 물가 전반의 기대에 영향을 받는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국채의 금리와 다르다. 장기시장금리가 내리는 건, 즉 장기국채 가격이 오르는 건 경기 둔화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가 커져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을 매수하려 한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경기 논쟁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침체 국면의 초입”이라고 밝히며 불을 지폈고, 뒤이어 이주열 한은 총재도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경기 회복세를 자신했던 정부와는 결이 다른 진단이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단기간 내 극심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대내외 환경이 경기 하방 리스크(당초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는 리스크)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생산과 투자 관련 지표들은 경기 회복세 안착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고용 상황은 예상보다 조금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주목되는 건 미국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과 비교해 1.40bp 상승한 3.1122%에 마감했다.

당초 전망을 뛰어넘는 흐름이다. 이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70.2bp 올랐다. 우리나라(29.6bp)보다 오름 폭이 40bp 이상 크다.

두 나라간 장기시장금리 자체도 2월 초부터 넉달째 역전됐다. 국내 금리는 2.8%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국 금리는 3%를 돌파한지 오래다. 시장은 3월 기준금리 역전보다 한 달여 앞서 움직였던 셈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호황 국면이 뚜렷하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올랐다. 두 달 연속 증가세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고공행진 탓에 구매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소비 심리는 공고함이 확인됐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매달 2% 초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1%대에 그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사진=연합뉴스


◇“한은, 미국 이끌려 인상 나설 수도”

상황이 이렇자 한은 통화정책이 미국에 이끌려갈 수 있다는 걱정이 부쩍 많아졌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데도 미국을 따라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다수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달 기준금리를 1.75~2.00%로 인상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1.50%. 그 차이가 50bp로 벌어진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국내 경기와 물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면서도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미국의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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