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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줄테니 6개월 살아봐요”…지자체 ‘은퇴자 모시기’ 사활

황병서 기자I 2024.04.17 06:00:00

■은퇴, 끝 아닌 시작
고령화 심화에 지역 소멸 막기 위해 유치전
무료 귀농·귀촌 프로그램
농촌 생활 거부감 없애려 정착 돕기 프로그램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우리 동네로 오세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은퇴자 유입을 위한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은퇴자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고령화로 심화하고 있는 인구 감소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은퇴자 대부분이 퇴직금과 연금혜택 등으로 노후를 대비해 놓은 여유 계층이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싼 거주비와 물가 등으로 도시에서는 빠듯하게 살아야 하지만 공기 좋고 풍광 좋은 농촌에서는 적은 생활비에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훨씬 여유 있게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등 전원생활을 꿈꾸는 은퇴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농촌체험관 전경. (사진=양구군)
16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강원 양구군은 이달부터 국토정중앙면 두무산촌마을과 동면 약수산채마을 등 2곳에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양구에서 살아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장년층이 양구에 거주하면서 영농체험을 통해 농촌 생황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다. 두무산촌마을은 4~6월과 9~11월 각 3개월씩, 약수산채마을은 4~9월까지 6개월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 마을에서는 곰취·산마늘 등 농산물 수확 체험을 비롯해 곰취 찐빵 만들기, 고추장·전통주 만들기 등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모내기와 벼수확 등 주민과 함께하는 농촌 일손 돕기 체험과 마을 농장·텃밭 운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시민들은 마을 내 농촌체험마을 또는 귀농의 집에서 최대 6개월간 무료로 살 수 있고, 1명당 매월 연수비 10만원을 받는다. 양구군 관계자는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영농 기술교육과 농촌 일자리 체험 등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예비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30억원을 들여 학조리 일원에 체류형 주택과 단기 체류형 주택단지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일산자두골 마을 역시 연 2회 실시하는 ‘두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귀농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은퇴자들을 위해 마을 이장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관공서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종헌 일산 자두골 농촌체험마을 사무장은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정착하기에는 이장들의 도움을 얻는 것이 중요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이장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귀농, 귀촌 선배들과의 대화 등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남 담양군이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안정적인 농촌진입 및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귀농닥터’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담양군)
전남 담양군은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안정적인 농촌진입 및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귀농 닥터’ 서비스를 운영한다. 귀농 닥터는 선배 귀농인, 선도 농업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귀농 닥터에게 현장 밀착형 상담을 제공 받는 방식이다. 지원분야는 농촌생활, 농지주택 정보제공, 작목 선택, 재배기술, 농산물가공, 유통 등 다양하다. 현장의 생생한 정보나 관련 지식을 습득해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해당 지역의 전문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며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도움을 받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귀농·귀촌 의사가 높은 베이비 부머 세대는 전 세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엄청난 숫자”라면서 “지자체가 귀농·귀촌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것보다, 정부가 지역의 중소기업들과 연계해 이들이 소일거리로 소득을 창출하는 방법 등을 모색하는 방안 등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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