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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코로나 경제 예외 상황…지금은 돈 풀어 기업 살릴 때"

이소현 기자I 2020.06.01 05:25:00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인터뷰②
"개소세 70% 인하 내수 증진..최소 7~9월까지 연장"
"코로나19 사태로 위기 더해진 쌍용차 기회 한번 줘야"
'포스트 코로나'..글로벌 공급망 재조정·디지털화 전환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소현 이승현 기자] “코로나19는 우리는 물론 세계 경제의 예외 상황이다. 지금은 돈 풀어서 기업을 살릴 때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위해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를 더 확대해 막힌 유동성 물꼬를 틔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망할 수도 없고 망해서도 안 된다”며 “유동성 위기를 업체들의 경영상의 문제로 인식할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 자체를 보고 금융지원 등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이 나서 몽땅 타들어 가고 있는데 소방차가 뒤늦게 와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무엇보다 지원의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자동차·부품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기적으로 32조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했다. 정 회장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쌍용자동차(003620)를 비롯한 마이너 완성차 업체와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품업체에 우선해 적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부품만 3만여개에 달하는데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차 산업의 특성에 따라 생태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부품 수급이 중단되면 자동차 생산라인도 멈춰버린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지난 2월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 공급 지연으로 ‘셧다운(일시 폐쇄)’ 홍역을 치렀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미국 프로세서컨트롤러, 독일 동력장치 등 수입 비중이 높은 부품의 생산 차질 등으로 지난 4월 국내 자동차 생산(29만대)은 전년 동월 대비 22.2% 줄었다.

단순히 지원만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은 ‘2025년 글로벌 생산 1000만대 달성, 세계 자동차 생산국 5위 재등극’을 위해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국내 유턴 확대 등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디지털화 전환 가속화 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로 삼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는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주력 산업별 비전과 과제’ 포럼에서 2025년까지 총 9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6월까지인 개별소비세 70% 인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공장 가동이 이제 막 시작됐지만, 아직 정상화 단계가 아니라 6월 생산·판매와 수요 침체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판매와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라도 받쳐줘야 한다. 정부가 2월 말부터 개소세 70%를 인하했는데 내수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 수치로도 확인됐다. 최소한 7~9월까지는 개소세 70% 인하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 그 이후는 상황을 살펴 연장여부를 봐야한다.

-개소세 인하 조치가 이어지면 세수 확보가 어렵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시각으로만 보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금은 돈을 풀어 기업을 살려놓을 타이밍이다. 결국, 세금은 기업들로부터 나온다. 글로벌 수요가 정상화되면 평소보다 소비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해주고 경기가 회복하면 이익을 실현한 후 법인세 등으로 거둘 수 있다. 만약 지원 ‘골든타임’을 놓쳐 기업이 망하면 법인세는 물론 직원들의 근로소득세 등 경제 활동비를 못 거둬들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두기 위해서라도 돈을 풀어 기업을 살려놓아야 한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쌍용차가 자금난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의 경영위기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으면 모회사인 마힌드라도 약속대로 투자했을 것이다. 자동차업계가 부품 조달에 타격을 입었는데 쌍용도 마찬가지다. 쌍용은 노사가 협력해서 자구노력과 자기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적용을 못해 아쉽다. 코로나 때문에 온 문제는 전향적으로 생각해야한다. 이번에 기회를 한번 주고 난 후 시장에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언제쯤 정상화될까

△코로나19와 관련해 치료제 개발 전까지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초, 좀 더 보수적으로 보면 내년 중반기까지 약간의 회복세 정도로 당분간은 계속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5~6월은 최고로 나쁜 상황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해서 미국과 유럽이 경제 문을 열고 있으니 7~8월께부터 회복세를 기대한다. 내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내수만으로는 규모의 한계가 있고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자동차 산업은 결국 글로벌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정상화 이후에는 업체별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경쟁력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은

△결국은 평범한 진리지만 자동차 기업은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맞춤형 시대니까 고객 주문형 제품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생산 시스템을 유연화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취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유연 생산을 어렵게 하는 선택근로, 유연근로 등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야 한다. 여기에 노조도 증산이나 차종 변경 등도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또 글로벌 공급망도 재조정해야 한다. 지난 2월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사태를 통해 중국 이외에도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생산지를 넓혀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반대로 국내 유턴(리쇼어링) 확대 요구도 큰데 우리는 내수 규모가 작아 세계자유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다. 한국에서만 생산해서 수출하려 한다면 ‘고임금 저생산성’ 문제로 자동차 회사는 망할수도 있다. 설계나 연구개발(R&D) 등 지적인 부분은 현대자동차(005380) 남양연구소처럼 국내 중심으로 하고 해외 판매를 위해 생산은 글로벌로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신차의 경쟁력은 중고차 가격과 애프터 서비스(AS)에 의해 좌우된다. 자동차 회사가 차량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쌓으면 애프터 서비스를 비롯해 중고차 가격 하락 최소화, 사고 없는 차량 개발까지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안 된다. 중고차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등 이슈가 있지 않은가. 중고차 거래나 정비, 수리 업종도 글로벌 경쟁 시각에서 봐야할 것이다.

-미래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산업보다는 환경을 우선해 시행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2018년 총 전기버스 보조금 중 40.4%가 중국산에 지급해 우리 국민이 거둔 세금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를 육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경쟁국은 산업육성차원에서 자국 생산 규모에 따라 보조금 차이를 둔다. 우리도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측면에서 보조금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추가로 필요한 지원책은

△정부가 방역 대응을 잘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본질적인 업계 지원책이 바로 세계적 모범이 된 ‘K방역’이었다. 이는 경제 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경제적인 부분이다. 방역이 제대로 안됐으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모든 공장을 멈춰 세웠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해 기업의 생존을 지원해야한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패스트트랙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해외 출장을 수월하게 만들어야한다. 해외 출장 후 14일 격리 조치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본국에서 검사를 받고 미리 격리해 일정을 소화하거나 귀국 후에는 일정 기간 회사와 집으로 이동 제한을 두는 등 K방역처럼 우리가 리드해 모델을 만들면 된다. 우리나라와 비즈니스가 많은 국가와 외교적으로 협력하면 기업인들에게 이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오는 7월에 일산 킨텍스에서 수소모빌리티쇼를 개최하는데 관람객도 바이어도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전시회의 표본으로 만들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개최해 해외 모터쇼도 오픈할 기회를 앞당기고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경제활동을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정만기 회장은..

△서울대 사범대·행정대학원 졸업 △파리 제10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 △1984년 행정고시 27회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과장·산업통상기획관 △2014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2016~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2019년 1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취임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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