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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銀 유치전 격화하나…'전북 금융중심지' 검토 곧 착수

김정남 기자I 2019.02.09 07:06:26

금융중심지추진위, 이르면 내달 첫 논의
워낙 예민한 사안…결론은 예단 어려워
금융경쟁력 측면 실효성 판단 쉽지 않고
'국책은행 유치전' 정치적 이해관계 첨예
국책銀 내부 "서울도 명함 못내미는데…"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논의가 본격화한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게 타당한지 여부인데, 정부가 조만간 검토에 착수한다.

◇금융중심지추진위, 이르면 내달 첫 논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심의기구인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첫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31일 제출한 ‘금융중심지 추진 전략 수립 및 추가 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 대한 감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추가 지정하는데 대한 학술적 검토가 뼈대다. 현재 전북에는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이 있다.

금융위는 이를 수정·보완한 후 보고서를 추진위원들에게 발송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정부와 유관기관, 민간 등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진위는 통상 1년에 3번 정도 회의를 해왔다”며 “제3 금융중심지 타당성 검토 안건도 올해 상반기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추진위는 4월에 첫 회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역시 각 위원들의 보고서 검토 이후 이르면 다음달 중하순, 늦어도 4월에는 회의를 열 계획이다. 만약 추가 지정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금융위는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최종 선정하게 된다.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날 지는 예단이 어렵다.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한 만큼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첫 손에 꼽히는 게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의 실효성 여부인데 그 판단이 간단하지 않다. 금융권은 다소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 인사는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선정된지 10년인데 민간 금융사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전북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중심지를 늘리는 게 거꾸로 금융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부산에는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의 본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약 650조원을 굴리는 ‘큰 손’ 국민연금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글로벌 수탁업계 1위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이 전북에 사무소를 낸 것도 국민연금과 계약 때문이다.

◇‘국책은행 유치전’ 정치적 이해관계 첨예

이보다 더 첨예한 건 정치적 이해관계다. 문 대통령이 전북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정치적 문제로 확대돼 버렸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금융중심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전주갑)이 대표적이다. 그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전북혁신도시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연기금·농생명에 특화한 금융중심지 조성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정치인들은 이에 반발하는 기류다. 금융연구원의 한 인사는 “정부의 금융중심지 사업 예산은 전북이 추가 지정된다고 해도 순증하는 게 아니다”며 “나눠먹기식(式)이 뻔해 이해관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중심지 유치전은 내년 총선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국회 전문위원들의 판단도 신중하다. 조용복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주요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 여부에 대한 공론화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친 후 개정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는 게 시의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 등 국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필요한 곳에 둘 수 있도록 하자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를 통해서다.

이번 사안은 사실상 ‘국책은행 유치전’으로 요약된다. 대상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이다. 본의 아니게 당사자가 돼버린 주요 국책은행 내부는 이에 부정적인 기류가 완연하다.

김대업 산은 노조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서울을 국제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도 벅찬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서울은 뉴욕, 런던과 비교해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만큼 부족하다”며 “지방 이전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맹목적으로 총선용 민심 얻기에만 몰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어설명> 금융중심지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중심지는 다수의 금융기관들이 자금의 조달, 거래, 운용과 그밖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중심지를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3년마다 금융중심지의 조성·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금융전문인력의 양성 △국내·외국 금융기관의 상호 진출 지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건립 등이 정부의 지원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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