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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협기구 3개월, 특수직역연금의 미래를 묻다

김정남 기자I 2015.03.28 05:32:35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90일 활동 종료
민감한 공무원연금 정면으로 건드려 진일보 평가
공무원연금 개혁방향 따라 군인·사학연금도 영향
기금 바닥난 특수직역연금의 미래 논쟁 계속될듯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가 90일 논의에도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성과가 아예 없진 않았다. 퇴직 후 실제 삶과 직결될 만큼 민감하디 민감한 연금 문제를, 특히 어느새 특권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공무원의 연금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점이 가장 크다.

더 나아가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미래까지 엿봤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군인·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의 개혁에 어떻게든 준용될 게 유력하다. 이번 대타협기구에 이은 실무기구 논의가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의 ‘새판짜기’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도 상당한 셈이다.

◇민감한 공무원연금 정면으로 건드려 진일보 평가

공무원연금은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시초다. 지난 1960년 이승만정부 당시 도입됐다. 군인연금(1963년)과 사학연금(1975년) 등 특수직역연금의 모태 같은 존재다. 당시 특수직역연금은 민간의 절반 수준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에 대한 보상 차원이 컸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5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298만3000원(고용노동부 발표)이다. 반면 최근 3년 공무원의 월평균 임금은 438만원이다. 공무원의 처우 자체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민간기업보다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공무원집단이 우리사회의 중추가 됐고, 점차 연금 도입 당시의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시각이 생긴 이유다. 공무원노조 측이 “개혁의 필요성에는 인식이 같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SBS의 여론조사 결과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응답자의 60.2%가 찬성한다고 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5.4%였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공무원연금 개혁시 우선순위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36.8%)가 첫손에 꼽혔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연금을 받는 직장인·자영업자가 공무원연금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무원은 국민연금 대상자보다 더 오래 부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노동3권 제약도 있지만, 그럼에도 개혁은 해야 한다는 게 냉정한 여론인 셈이다.

대타협기구 90일동안 난항을 거듭하면서도 일부 성과가 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공무원집단의 역풍에도 수면 위로 공론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기금 바닥난 특수직역연금의 미래 논쟁 계속될듯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특수직역연금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을 두고 체계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이 이뤄질지, 특수직역연금 틀 내에서 일부 변수만 조정하는 모수개혁이 이뤄질지 여부가 군인·사학연금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연금에 밝은 여당 한 관계자는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에 바로 준용된다”면서 “군인연금도 결국은 그 방향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금체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일대 혁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군인·사학연금 역시 그동안 개혁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군인연금은 도입 10년 만인 1973년부터 기금이 고갈됐다. 국민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운지 40년이 넘었다. 공무원연금(1993년)보다도 적자 시점이 20년이나 빨랐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보전금이 1조3700억원에 달했다. 사학연금은 아직 흑자이지만 대략 2030년 이후에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수직역 종사자들은 각자 직업적 특수성이 있다. 예컨대 군인의 경우 생명을 담보로 일하고 오지 근무가 많다는 취약점이 있다. 특수직역 계층의 ‘2층’ 구조(특수직역연금·개인연금)가 일반소득 계층의 ‘3층’ 구조(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와 차이가 있는 것은 사적연금 노출을 줄여 직업적 공공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이번 대타협기구에 이은 실무기구가 50년이 넘은 특수직역연금의 의미, 나아가 연금체계 전체의 틀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우리사회의 눈이 여의도 정가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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