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日에 더 많다, 독도는 우리땅인데” 젤라토 사장은 말했다[쩝쩝박사]

송혜수 기자I 2022.11.19 10:00:00

‘독도의 날’ 맞아 카페 ‘40240’ 방문
40240은 독도 우편번호… “일상에서 기억하길”
판매 수익금 일부는 독도사랑운동본부에 후원
“강치 알려주던 아이 엄마, 독도 역사 얘기하던 커플 기억나”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
지난 7일 서울 송파에 있는 한 젤라토 가게를 찾았다.(사진=송혜수 기자)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독도는 우리 땅”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땅,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독도. 이 당연한 사실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가장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 젤라토(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gelato) 가게가 있다. 이름은 ‘40240’. 독도의 우편번호를 그대로 가져와 가게 이름으로 지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일상에서 그렇게라도 독도를 떠올리길 바랐다. 이곳에선 독도 커피와 젤라토를 팔고 수익금 일부는 독도사랑운동본부에 후원한다고 한다.

(사진=송혜수 기자)
지난달 25일은 독도의 날이었다. 1900년 10월 25일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후 201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16개 시·도 교총 등과 함께 공동으로 독도의 날을 선포했다.

독도의 날을 맞이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앞서 소개한 젤라토 가게를 발견했다. 이곳 사장은 어쩌다 독도 관련 카페를 차리게 된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주 메뉴가 젤라토인 걸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지난 7일 서울 송파에 있는 가게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이날 오후 방문한 가게에 손님은 기자뿐이었다. 가게 입구에는 동물복지 유기농 우유를 사용한 ‘오늘의 젤라토’라며 당일 선정한 젤라토 메뉴를 적어놓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가게 앞에 적힌 ‘오늘의 젤라토’. 동물복지 유기농 우유를 사용한다고 강조돼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카페 곳곳에 깔끔하게 꾸며진 독도 관련 상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독도 강치 모양의 인형과 배지를 비롯해 책갈피, 스티커 등이 마련돼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여러 종류의 독도 관련 포스터에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 ‘Do you know 40240?’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장인 김학재(61)씨는 편안한 미소로 가게를 소개했다. 가게 문을 연 지 이제 막 4개월이 조금 넘었다는 김씨는 자신 있게 직접 만든 젤라토를 설명했다. 그날그날 메뉴가 바뀐다는 말에 오늘의 추천 메뉴를 묻자 김씨는 맛보기용 작은 스푼으로 ‘순두부 백태콩’ 젤라토를 살짝 덜어 건넸다.

이날 주문한 젤라토는 총 7가지다. (영상=송혜수 기자)
이날 주문한 젤라토는 총 7가지다. 여기에 독도 커피까지 더하니 2만8000원이 나왔다. 젤라토는 한 컵에 한 가지 맛만 담을 땐 5500원이며 한 컵에 두 가지 맛을 함께 담을 땐 6000원이다. 김씨는 주문과 동시에 젤라토를 먹기 좋게 담아 제공했다. 메뉴를 받아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니 꼭 이탈리아의 어느 소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먼저 맛본 젤라토는 김씨가 추천한 순두부 백태콩 젤라토다. 강릉 초당 순두부의 주재료인 백태콩이 들어간 이 젤라토는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에서 걸쭉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로 맛본 것은 유기농 우유 젤라토다. 먼저 맛본 순두부 백태콩과 비슷하게 고소한 맛이 났지만 식감은 조금 더 부드러웠다.

젤라토 위에 올라간 작은 아이스크림콘은 손님이 다른 맛도 즐길 수 있도록 살짝 덜어 올려주는 거라고 한다. (사진=송혜수 기자)
세 번째로 맛본 젤라토는 쌀 젤라토다. 겉으로 보기엔 유기농 우유 젤라토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으나 한입 먹어보니 쫀득하게 씹히는 밥알이 먹는 재미를 더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시나몬 향은 색다른 감칠맛을 줬다. 네 번째로 맛본 젤라토는 말차 맛이다. 텁텁하거나 떫지 않았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했다.

그 다음으로는 필라델피아 오레오 크림치즈 젤라토를 맛봤다. 이름만 들어도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차진 크림치즈에 바삭한 오레오가 더해지니 풍미가 일품이었다. 여섯 번째는 딸기 소르베 젤라토다. 소르베는 우유를 넣지 않은 것을 말한다. 딸기를 조려 얼린 듯 진하고 풍부한 딸기 향이 물씬 났다.

마지막으로 백향과 소르베 젤라토를 맛봤다. 흔히 패션프루트라고 불리는 백향과는 백 가지 향을 가진 여신의 과일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백향과의 오독오독 씹히는 씨와 새콤달콤한 과육이 소르베 젤라토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상큼하고 시원했다.

사장은 제자 2명과 함께 젤라토 가게를 시작했다. 제자들은 젤라토 가게를 하기 전 ‘독도 커피’를 팔았다. (사진=송혜수 기자)
사장 김씨는 제자 2명과 함께 가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 이화여자대에서 푸드 앤 컬처 아카데미(Food & Culture Academy) 산학협력을 운영했다는 김씨는 한국 최초로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푸드 칼럼니스트 양성 전문 기관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제자들은 2016년 먼저 ‘독도 커피’라는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제자들이 독도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역사 교육을 통해서다.
가게 곳곳에는 독도 관련 상품이 마련돼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
김씨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대학생과 소외된 초중생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주최했는데 제자들이 여기에 참여했다”며 “이때 제자들이 주최 측이 마련한 역사 교육을 받으며 독도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다케시마 관련 수많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우리나라는 관련 상품이 얼마 없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며 “이후 제자들이 일상에서 독도를 알릴 방법을 고안하다가 ‘독도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송혜수 기자)
그러나 ‘독도 커피’ 판매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제자들이 독도 관련 상품을 만들어 독도 후원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저 또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처음엔 사무실을 얻어주는 등의 지원을 했는데 인연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합류해 젤라토 가게를 꾸리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커피만으로는 매출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에 ‘여름이 오니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결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대량 생산하는 일반 아이스크림은 맛을 차별화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젤라토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 젤라토 가게를 준비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사진=송혜수 기자)
김씨는 “맥주도 지역 맥주가 있듯이 젤라토 역시 그런 성격이 있다. 젤라토는 어떤 원재료를 어떻게, 얼마나 넣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가게 만의 고유한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메뉴가 그날그날 달라지는 이유도 우리 가게 만의 특색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노력이 통한 걸까.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이따금 김씨에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해온다고 한다. 김씨는 “가게 문을 연 지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진정성이 느껴졌나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독도 강치 모양의 인형. (사진=송혜수 기자)
이 밖에도 그는 단순 젤라토 가게인 줄만 알았던 손님들이 가게 내 독도 관련 상품을 보고 여러 질문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강치 인형 하나만으로도 독도에 대해 손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강치는 식육목 바다사자과의 해양포유류로 주로 한일 양국의 환동해권역에서 서식했다. 독도에 대규모로 군집해 살았기 때문에 우리에겐 독도 강치라는 명칭이 익숙하지만, 세계 학계에는 일본바다사자, 일본강치로 등록돼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1994년 독도 강치의 멸종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멸종의 원인은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확인된 바 있다”며 “이런 이야기만 해도 손님들은 일상에서 일본과 독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영상=송혜수 기자)
그는 “젤라토 위에 꽂아주는 장식지(‘40240’이 적혀 있다)에도 손님들이 한 번이라도 독도를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예상외로 놀란 점은 많은 이들이 꽤 자세하게 독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전에 방문한 어떤 커플은 사이좋게 젤라토를 먹으면서 독도의 역사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초등생 아이와 함께 가게에 온 엄마는 가게에 있는 강치 인형을 보여주면서 아이에게 설명하더라”라고 전했다.

(사진=송혜수 기자)
끝으로 김씨는 카페 40240은 자신에게 있어서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라고 설명했다. 그의 다음 비전은 많은 이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청년들을 비롯해 경력 단절 주부, 그리고 은퇴한 노인까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젤라토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 기반을 내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앞으로 프랜차이즈를 한다면 그분들 역시 다 같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손님들은 자연주의 철학으로 만든 젤라토를 드시고 즐겁고 건강하셨으면 한다. 또 후원하는 뜻있는 단체들이 잘 돼서 세상을 보다 이롭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