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문화 적극 수용하는 2030... 먹거리에서 패션·뷰티로 확산

정지윤 기자I 2021.02.22 00:10:39

“환경 위해 시작한 비건...의식적 소비 가능해졌죠”
‘하루 한 끼 채식’, ‘비건 간식’...다변화된 실천 방법
틈새시장에서 당당한 선택지로...비건 뷰티·패션 열풍

“동물성 원료인 울, 캐시미어 등으로 만든 옷은 사지 않으려고 합니다. 화장품은 비건 원료에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 공정을 거친 화장품만 쓰구요.”

지난해부터 채식을 시작한 박성화(29·여)씨는 먹는 것뿐 아니라 입는 옷, 바르는 화장품에까지 비건(vegan)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성 재료를 먹지도 사용하지도 않는 것. 매일같이 출근할 때 채식 도시락을 챙기는 등 평소 하지 않던 노력이 들어 번거롭지만 박씨는 비건을 실천하는 매일매일이 보람차다고 말한다.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배제하고 식물성 식품을 기본으로 섭취하는 식이요법 비건의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업종에서 비건 제품을 선보이면서 이제는 비건이 생활방식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 위해 시작한 비건...의식적 소비 가능해졌죠

최근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데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알려지면서다. 과거 건강상의 이유나 동물 복지가 주된 원인이었다면 ‘환경’이 비건의 또 다른 실천 동기로 등장한 것.

교사 박성화(29·여)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비건 라이프를 시작했다.

박씨는 “평소 돌봐주던 길고양이가 폭우를 맞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지난해 여름 극심하게 내렸던 비가 단순 장마가 아닌 기후변화라는 말을 듣고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폭우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임을 깨닫고 나니 걱정과 속상함이 죄책감으로 변했다”며 채식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급식을 먹을 수 없어 매일 학교에 도시락을 챙겨 다닌다는 그는 “비건을 선언한 이후 늘 하루가 보람찬 느낌이다. 매일매일 채식을 도전하고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속마음을 전했다.

이연지씨는 하루에 한 끼를 채식으로 섭취하며 매일 식단 사진을 SNS에 기록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하루 한 끼 채식’, ‘비건 간식’...다변화된 실천 방법

비건에 대한 인식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고기를 먹거나 먹지 않는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하루에 한 끼 채식 실천하기, 비건 간식 소비하기 등으로 다양화되는 모양새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삶을 위해 비건을 시작했다는 이연지(30·여)씨는 “하루에 한 끼만이라도 채식으로 챙겨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목표라는 이씨는 “비건 생활양식을 실천하면서 의식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채식을 시작한 김수진(27·여)씨는 기초 화장품과 세면도구, 옷에도 조금씩 비건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속가능한 작은 행동에서 시작해 꾸준한 습관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김씨는 “비건을 시작한 이후 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어떠한 행동을 할 때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만 생각했다. 그러나 비건을 실천한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을 포함해 동물, 지구환경까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비건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는 패셔너블한 디자인으로 ‘비건패션도 멋있을 수 있다’를 보여주며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사진=비건타이거)




틈새시장에서 당당한 선택지로...비건 뷰티·패션 열풍

비건은 단순히 동물성 음식을 배제하는 채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먹는 것을 넘어 입고 바르는 것까지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 ‘비건 뷰티’와 ‘비건 패션’ 역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과 소재의 친환경성은 물론 제작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는지 등의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 소비한다. 소수의 특이한 식문화로 여겨지던 비건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표 비건 패션 브랜드로 사랑받고 있는 비건타이거의 양윤아 대표는 “요즘엔 환경이나 동물보호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옷이 예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일반 소비자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양 대표는 “사업 초창기에는 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 소비자였다”며 “그 당시 ‘비건 패션’이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생소하기도 했고 단순히 친환경을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친환경 위장술) 브랜드들이 많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구찌·지미추 등의 대형 브랜드들이 모피 제품 포기 선언을 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패션계에서 비건의 인식도 조금씩 변했다. 양 대표는 “대형 브랜드들의 친환경 행보 선언 이후에 비건타이거의 브랜드 호감도도 덩달아 올라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패션업계에서는 비건 패션이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닌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 분석한다.

양 대표는 “지구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예전만큼 꺼려하지 않는다”며 “생산자가 비건의 가치를 어떻게 진정성 있게 지켜나갈지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비건이 틈새시장이 아닌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 잡아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서 더욱 성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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