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에도 설익은 규제 쏟아져…`소송폭탄` 직면한 재계

남궁민관 기자I 2020.09.28 04:43:00

법안 찬성론자들마저 "너무 갑작스럽고 세심함 떨어져"…소송 남발 우려
'3%룰'·'집단소송제 소급적용' 등 곳곳 위헌 소지
韓 민·형사소송, 日의 각 9배·5배…악의적 손배소에 檢 기업수사 확대 전망까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기업 규제 관련 법안들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검토과정에서부터 큰 그림을 그리며 추진해야 하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입법과정 역시 세심함이 수반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의 각종 기업 규제 법안들은 일단 내보고 안 되면 또 내는 식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의 각종 입법 추진과정을 두고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상법전문 변호사가 내놓은 평가다. 그의 말이 단지 편협한 넋두리로만 볼 수 없는 것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필요한 법안”들이라며 찬성 입장을 보인 다른 법 전문가들 역시 “너무 급작스럽고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설익은 입법은 이를 오용 또는 악용한 소송 남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공통된 시각이다. 안 그래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배임죄로 여러 소송 리스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은 향후 민·형사상 이중·삼중의 소송에 직면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법안들 마다 따라붙는 위헌 소지 `물음표`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규제 일변도 법안들은 지난달 말 국회로 넘어간 이른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법무부가 28일 입법예고 예정인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 등이다. 각각의 법안들 모두 불공정 거래를 바로 잡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는 긍정적 입법 취지를 갖고 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위헌 소지로 향후 논란이 될 여지가 높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기업규제 3법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도입, 이른바 `3%룰`을 주요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이미 위헌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1주=1의결권`이라는 주주 평등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으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막지 못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법예고를 앞둔 집단소송제 도입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역시 세부적 내용에서 위헌 소지 논란이 일고 있다. 집단소송제와 관련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항에도 적용한다`는 소급 적용 조항을 둔 데 대해 `헌법의 불소급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소송제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겠다는 방침 역시 민사소송에 배심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전 세계적 추세에 거스르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런 데도 법무부는 법원과 실질적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관련해서는 `다섯 배`라는 기준에 대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과중한 손해배상 책임에 더해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이중처벌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사진=연합뉴스)


`소송 공화국` 오명 더 굳어질라

이미 우리나라의 소송 건수는 소송 공화국이란 오명에 걸맞게 인구수 대비 압도적 수치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기업 상대 소송의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곳곳에서 세심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총 민사소송 건수는 480만6268건(행정소송 포함)으로, 같은 기간 일본의 53만4083건에 비해 무려 9배 가까이나 많다. 형사소송 역시 154만968건으로 일본의 28만322건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투기펀드가 `3%룰`을 악용해 이사회에 감사 1명을 투입해 경영 현황을 일일이 문제 삼을 경우 소송은 빈번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집단소송제 도입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의 경우 소송 남용의 우려가 더욱 강하게 흘러나온다. 집단소송과 관련, 얼음이 너무 많고 커피가 적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스타벅스, 광고보다 햄버거의 칼로리가 높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맥도날드의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변호사가 불만 있는 소비자들을 모아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기획 소송`이 난무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 역시 계약서 상 이행이 어려운 조항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오남용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검찰발(發) 소송 증가 우려를 낳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개혁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막는 것을 주요 축으로 하는데, 전속고발권 폐지는 오히려 검찰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미 국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면서도 실제 법리적으로 모호함이 큰 배임죄로 수시로 검찰의 수사선 상에 오르는 일이 빈번한 마당에 전속고발권 폐지로 검찰의 기업 상대 수사는 더욱 날개를 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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