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행정수도 이전 공론화에 소외감 커지는 충청권

박진환 기자I 2020.08.06 00:15:00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화두로 띄우자마자 중앙 정치권은 물론 충청권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들이 요동치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와 정치권, 지역주민들은 표면적으로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이견이 없는 듯 하지만 속내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에 대해 충청권이 진보와 보수 등 정파를 떠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면 이제 모두들 현실적인 이해득실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는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 인근 대전과 충남은 엄청난 인구 감소와 함께 혁신도시 지정에서 배제되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전과 충남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우량한 기업들과 기관들이 속속 세종행을 택하고 있고, 천문학적인 국비가 세종시에 집중되면서 대전과 충남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5년간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 중 수도권 인구는 26%에 불과한 반면 충청권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비율은 60%에 달한다. 특히 대전은 하루 평균 60여명이 세종으로 이주하고 있는 반면 세종에서 대전으로는 15명에 불과하다.

대전에서 태동,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세종행 러시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을 완료한 기업은 4개사, 분양계약을 맺은 곳은 6개사로 모두 10개사다. 또 세종으로의 이전을 타진하기 위해 세종시와 협약을 체결한 대전기업만 30여개에 이른다.

이 같은 위기감은 충청권 지자체 단체장들의 발언에서 속속 묻어나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공식 석상에서 “충남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세종시 출범에 가장 크게 기여했지만 광역도 중 유일하게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되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에서도 소외받고 있다”며 “세종시 출범 이후 충남 인구는 13만 7000여명이, 면적은 437.6㎢가 각각 줄었고, 경제적 손실도 25조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사회·경제적 손실로 지역주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고 있다”는 내용을 매번 역설하고 있다.

그간 충청권 중추도시로 핵심거점 역할을 수행했던 대전시 역시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듯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달 23일 ‘대전-세종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허 시장은 “대전과 세종이 통합하면 200만 이상의 광역도시로 행정수도의 기반이 됨은 물론 중부권의 한 축이 되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전-세종 통합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변했다.

허 시장의 대전·세종 통합 제의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은 “뜬금없는 주장”이라면서도 “충청권에 행정수도가 조성되면 공동 번영과 지역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이 깨졌다. 단지 서울의 집값을 잡기위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단순한 접근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비전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를 앞두고, 행정수도가 추진 중인 만큼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서 충청권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루머도 지역에서 확산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위기감은 가중되고 있다. 충청권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대한민국과 5000만 국민이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한 방안인지를 정치권에 되묻고 있다. 또 대통령과 여당, 정부가 과연 행정수도 이전을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는지, 단지 정치공학적으로 지지율만을 의식한 행보인지 이제 국민들에게 보여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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