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내 주식 사라"…모베이스전자 최대주주 직원에 압박

박정수 기자I 2020.07.10 04:30:00

최대주주 지분 950만주 전 직원 대상 매각
김호 대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
"손병준 회장 컨설팅사인 투아이소프트가 문제"
모베이스전자 해외매출 컨설팅 투아이소프트 전담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모베이스전자(012860)(옛 서연전자)가 경영난을 핑계로 직원들에게 최대주주 지분을 사라는 압박을 넣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윳돈이 없는 직원들에게는 은행을 통해 주식담보대출까지 내주겠다고까지 나서 내부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 회사 적자 직원에게 부담…“대출내서 주식 사라”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베이스전자는 지난 6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전 종업원을 대상으로 최대주주 지분(950만주)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종업원 인당 3000만원, 임원 인당 1억원 한도로 매수의향을 받고 있다. 특히 모베이스전자는 주식매수와 관련해 직원들 대출 연계도 함께 받고 있다. 계약체결은 오는 17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기타조건으로 매수자는 해당 주식에 대해 내년 12월 말까지 보유해야 하며 매수가격보다 하락했을 시에는 최초 매매가격을 보장해주겠다고 내걸었다. 매매가격은 모집 개시일(7월 6일)부터 계약 체결일 전일(7월 16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가 또는 유상증자 시 발행가격산출 방법을 이용해 정할 방침이다.

모베이스전자 측은 매각 공고와 함께 “모베이스전자의 경직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전 종업원의 주인의식 고양과 함께 추가적인 수익 창출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모베이스전자의 자금 문제 해결 방법에는 이달부터 올해 연말까지 전 직원 연봉의 30% 삭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에 진행된 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김호 대표는 “2019년도에 월 483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이 있었고 2020년에는 매출이 27% 떨어졌다”며 “지금과 같은 매출이 지속되면 올해는 적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1600억대의 차입금 상황은 별도라 하더라도 올해 적자 예상액인 420억원을 마련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며 “대주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주주 지분을 직원들에게 매각해, 내년 12월에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직원 여러분들의 참여와 회사 생존에 대한 의지를 보이자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여야 하는 상황이다”고도 말했다.

◇ “회장님 컨설팅사인 투아이소프트가 문제”

모베이스전자 안팎으로는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 컨설팅사인 투아이소프트를 꼽는다. 모베이스전자에서 투아이소프트로 흘러가는 컨설팅 수수료가 상당하기 때문. 특히 손병준 모베이스전자 회장이 투아이소프트 지분을 17% 가까이 가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도, 중국, 폴란드, 멕시코 등 모베이스전자 해외법인으로 수출되는 모베이스전자 물량에 대한 컨설팅을 투아이소프트가 맡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모베이스전자에서 가져가는 컨설팅 수수료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투아이소프트는 해외 수출입 무역 및 투자업을 하는 컨설팅 회사다.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투아이소프트 직원은 4명이며 지난해 매출액 197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36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6% 늘었다. 2016년(15억원)과 비교하면 지난해 순이익은 140% 증가했다.

투아이소프트 본점 소재지는 모베이스썬스타(옛 썬스타)로 돼 있으나 실제 사무실은 모베이스전자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투아이소프트 주주는 모베이스전자 손병준 회장(16.67%)을 비롯해 손결 씨와 손승우 씨가 각각 50%, 33.3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투아이소프트 관계자는 손병준 회장 지분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베이스전자 관계자도 “담당자가 부재 중이다”며 “대주주 주식 매도와 투아이소프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에서는 대주주 지분 직원 매각과 투아이소프트와 모베이스전자 간의 거래에 대해 불공정거래 위반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이 실제로 이뤄지는 데다 동의서 등을 통해 양자 간의 합의를 통해서 진행된다는 이유에서다. 투아이소프트와 모베이스전자 간의 거래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불공정거래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한 변호사는 “모베이스전자가 1년 후에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것에 대한 보장이 무엇인지가 문제다”며 “단순한 동의서와 계약서는 담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매매라는 게 양자 합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 합치로 볼 수 있다”며 “다만 형식은 자발적이라지만 대주주 지분인 만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직원들에게 강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투아이소프트 매출의 근거가 되는 용역을 주는 곳이 모베이스전자다”며 “특수관계인 거래인 데다 컨설팅이라는 게 물리적인 형상이 없으므로 일감 몰아주기랑 다를 바가 없다.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횡령까지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베이스전자 계열사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